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부산 초량동 장기려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부산 초량동 장기려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지율이 정체된 가운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당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부산시장 후보군에 대해 “인물이 없다”고 혹평한 김 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당 중진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경선준비위원장 인사 번복, 상임위원장 포기 등 김 위원장이 결정한 현안에 대해서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부산지역 3선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당대표 격인 분(김 위원장)이 가는 곳마다 자해적 행동이니 참 걱정”이라며 “대안을 없애기 위한 의도적 행동인지는 모르겠지만 당대표가 이렇게까지 내부 총질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16일 김 위원장이 “지금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는 내가 생각하는 후보는 안 보인다”고 말한 것을 맹비난한 것이다. 그동안 부산시장 후보군으로 언급됐던 장 의원은 이날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부산 5선인 조경태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은 우리 진영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분열시키는 정당 운영을 하면 안 된다”며 “비판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비대위가 지속할 명분이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4선 권영세 의원은 “자신을 스스로 깎아내려서 얻을 게 뭐가 있나”라며 “적절하지 않은 얘기”라고 꼬집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도 “정말 국민의힘에 시장감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문을 닫아라”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도 음악으로 말하자면 피아노, 바이올린 등을 잘 연주할 좋은 연주자들이 있다”며 “문제는 오히려 지휘자다. 연주자들의 역량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문제고, 무슨 곡을 연주할지 제대로 정하지 않은 채 홀로 박수받을 생각에 이 곡 저 곡 독주해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내 불만이 쏟아지자 주호영 원내대표가 나서 “인물난은 전혀 없다”고 수습했다. 그는 “실력 있는 사람이 많은데 국민에게 장점이 잘 안 알려져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최근 불거진 김 위원장과의 갈등설에 대해서는 “갈등은 없다”면서도 “다만 현안을 놓고 모든 생각이 똑같을 수는 없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최근 여당이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연달아 거부하면서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원구성 협상 때 상임위원장 자리 7개라도 받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주장대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여당에 넘기는 바람에 ‘야당의 시간’이라 불리는 국정감사가 ‘맹탕’이 됐다는 비판이다. 주 원내대표도 “3선들로서는 정치인으로서 상임위원장이 돼 능력도 발휘하고 상임위를 운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