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2일 북측 해역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씨(47)를 사살하기 전에 그를 구조하려고 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군 당국이 28일 뒤늦게 밝혔다. 북한군이 이씨를 발견한 뒤부터 사살까지 6시간여 동안 우리 군의 무(無)대응을 질책하는 비판이 잇따르자 내놓은 늑장 해명이다. 이 역시 북한이 발표한 사건 경위와 다른 점이 많아 사건 진상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이씨를 최초로 발견한 뒤) 상당 시간 동안 구조 과정으로 보이는 정황을 인지했다”며 “그러나 나중에 상황이 급반전돼 대응에 제한이 있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24일 발표한 시간대별 사건 상황에 따르면 이씨는 실종 다음날인 22일 오후 3시30분께 북한 수산사업부 어선에 처음 발견됐고, 이후 6시간 뒤인 오후 9시40분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이 관계자는 “첩보를 수집하는 말단 실무자가 (북한의 이씨 발견 첩보를) 인지했다”며 “이 첩보가 신빙성 있는 정황으로 확인돼 군 수뇌부까지 보고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 발견 첩보를) 최초 인지한 지 2시간 뒤에는 북한이 이씨 신원을 확인하는 정황도 인지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우리 군은 이씨가 북한 측에 발견된 것을 포착하고 이 첩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데 적잖은 시간을 보냈고, 그 과정에서 북한군이 이씨를 구조할 것으로 예상했을 정황이 짙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24일 국방위원회에서 이번 피격사건 공개가 늦어진 데 대해 “북한이 이렇게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정보를 분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군 일각에선 “결과적으로 군의 안이한 판단과 대응이 우리 국민의 희생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관계자의 발언은 25일 북한이 청와대에 보낸 통지문에 담긴 사건 경위와 큰 차이가 있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해상 표류 중인 이씨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지만 답변하지 않아 40~50m 거리에서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씨의 신원을 확인하고 구조하려고 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는 우리 측 설명과 배치된다.

청와대가 27일 북한에 전달한 사건 공동 진상조사 제안에 대해 북한은 이날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서해 수색작업을 벌인 해군과 해경은 이날 소청도 해역 인근에서 플라스틱 부유물을 수거했지만 아직 이씨와의 연관성은 확인하지 못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