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재계, 경영권 위협 호소에
"금융사는 이미 시행 중"
대법 "私기업과 금융사는 달라"

조미현 정치부 기자
상법 '독소조항' 문제 없다는 김태년

“금융회사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이미 원활하게 시행 중입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감사위원 분리 선출 도입이) 경영권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며 이렇게 말했다.

재계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도입을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의 대표 독소조항으로 꼽고 있다. 감사위원은 기업의 경영을 감시하는 역할뿐 아니라 일반 경영진인 사내이사와 똑같은 권한이 있다.

상법 개정안은 이런 막강한 자리를 감사위원 분리 선출 도입을 통해 너무 쉽게 외부 세력에 내줄 수 있도록 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상법 개정안 통과를 가정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자동차부품 제조 중소기업인 영신금속의 경우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이 단 7억원 규모 지분만 있으면 감사위원 선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법률대로라면 64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그만큼 경영권이 취약해진다는 의미다.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데 여당 원내대표가 “금융회사도 하고 있다”는 논리를 든 것이다. 한국의 금융회사는 사기업이어도 사실상 공기업에 가깝다. 최고경영자(CEO)를 뽑는 데도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시행하고 있는 것 역시 공적인 역할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융회사는 상법뿐만이 아니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으로 따로 관리받는다.

금융회사가 부실 운영되면 예금자, 투자자, 보험계약자 등 국민 전반에 광범위하게 피해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감독이 필요하다. 대법원 역시 과거 판결을 통해 “은행은 주식회사로 운영되기는 하지만 이윤 추구만을 목표로 하는 영리법인인 일반 주식회사와는 다르다”고 했다. 일반 사기업과 금융회사는 다르다는 얘기다.

금융회사가 경영권 공격을 받지 않는 것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에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부의 감시가 강하기 때문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가의 철저한 통제하에 있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경영권을 공격할 투기자본은 없다”며 “금융사에서 시행하는 걸 일반 상장기업에 도입하자는 주장은 억지”라고 꼬집었다.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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