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의원·김경협 의원
설훈 의원·김경협 의원
인천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북한이 사살하고 시신을 훼손한 만행과 관련해 여당 내에서 ‘망언’이 터져나오고 있다.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 “반복되는 분쟁과 사고를 막기 위해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나서서 북한의 행위를 강하게 비판하고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가운데 부적절한 발언이란 지적이 나온다.

“관계 개선” “월북자”…망언 잇따라

5선의 설훈 민주당 의원은 2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북한의 우리 공무원 총격 사건을 언급하며 “북쪽이 지나치게 과도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아마 알 것”이라면서도 “이것은 당연히 북쪽이 사과하고, ‘우리가 상황을 잘 몰랐다, 죄송하다’ 이렇게 나오면 의외로 남북관계가 좋아질 소지도 생긴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는 내용의 9·19 군사합의를 재가동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설 의원은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군사 핫라인”이라며 “9·19 군사합의 조치가 다시 재가동되도록 하는 것이 남북평화를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작업이라는 것이 이번 사건이 주는 일종의 교훈”이라고 주장했다.

3선의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건을 “월북자 피살사건”이라고 지칭하며 정부의 대처 미흡을 지적하는 야당과 언론을 향해 “국가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일어났던 연평도 포격, 박왕자 피살, 천안함, 목함지뢰 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는 모두가 북한을 규탄했다”며 “이번 ‘월북자 피살사건’에서는 우리 정부와 군을 공격하기에 바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심지어는 ‘평화정책 탓’이라거나 ‘종전선언 제안 탓’이라는 해괴한 논리까지 동원해 정부와 군을 비난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전날 사고 발생 직후에는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께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유엔 총회에서 제안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사고가 확인돼 마음이 무겁다”며 “반복되는 서해안의 분쟁과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확고한 국방태세와 더불어 조속한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도부까지 나서서 북한을 강력하게 규탄하는데 당 일각에서 저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상황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북한 사과에도…논란 계속될 듯

이날 북한이 우리 측에 사과문을 보내고 유감을 표했지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북한이 사과문에서 밝힌 사건 경위의 사실 여부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대단히 미안하다’는 단 두 마디 외에는 그 어디에서도 진정한 사과의 의미를 느낄 수 없는 통지문”이라며 “우리 국민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사소한 실수와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라고 칭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는 무책임한 태도만 보였다”고 비판했다. 윤 대변인은 “책임 있는 후속 조치의 확인은 물론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확답도 들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다’는 정보당국의 발표에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윤 대변인은 “북한의 통지문대로라면 그 어디에서도 우리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다는 정황을 찾을 수 없다”며 “이에 대한 군의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 차원의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이번 만행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과 희생자에게 사과하고 사건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국회 차원의 대북 결의안 채택을 추진해 북한의 만행에 대한 대한민국 국회의 엄중하고 단호한 결의를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북한의 사과에 대해 “과거 박왕자 사건, 판문점 도끼 만행, 연평도 피격, 서해교전 등이 있었을 때 북측의 태도에 비하면 상당한 정도의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냉엄한 현실은 개선해야 하고 조금 나아지는 것은 살려가는 게 옳은 대처 방식”이라며 “북한과 우리의 발표에 차이가 있는데, 사실을 규명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