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상황을 안일하게 보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무원 피격 관련 첫 보고가 들어간 지 40시간이나 지나서 공식 대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피격 보고 받고도 무대응…'靑 미스터리 40시간'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22일 밤 10시30분께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관련 첩보를 처음으로 접수했다. 실종된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에서 발견됐고, 피격 후 시신이 훼손됐다는 내용이었다. 청와대는 다음날인 23일 새벽 1시부터 2시30분 사이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석하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첩보의 신빙성과 대책을 논의했다. 그 사이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계획대로 방송됐다. 국제사회에 정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새벽부터 회의가 열렸고, 오전 8시30분에는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도 이뤄졌지만 이날 청와대의 최대 관심은 ‘평화’였다. 오전 8시2분께 문 대통령의 SNS에는 정전선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올라왔다. 오전 11시부터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도 문 대통령은 “평화 시대의 길은 곧장 난 게 아니고 진전이 있다가 때로는 후퇴도 있고, 때로는 멈추기도 하고, 때로는 길이 막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평화를 강조했다.

하루가 더 지난 24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오전 8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고, 한 시간 후 안보실장과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관련 사항을 보고했지만 입장은 정리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으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해서 정부 입장을 정리하고,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발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의 첫 공식입장은 그로부터 6시간이 지난 오후 3시에 나왔다. 문 대통령의 입장은 이보다 더 늦은 오후 5시15분에 나왔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정부가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상황을 안일하게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지 않고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평화라는 상반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라면 참모진이 대통령 보좌를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