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대상 통신비 2만원 지급안이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4차 추가경정예산 내 통신비 지급안을 반드시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보수 야당은 물론 범(汎)진보권인 정의당조차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국회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정부 여당을 향해 “통신비 2만원을 뿌리며 지지율을 관리할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국민의 반대 여론이 들끓는다”고 지적했다.

4차 추경 심사를 위해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국민의힘 측 비판이 쏟아졌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통신비 지급안에 대해 “정부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며 동의의 뜻을 밝히자, 권영세 의원은 “통신비 2만원이 의미가 있다고 했는데, 직접적인 피해를 본 취약계층에 몰아 주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9000억원에 달하는 통신비 지원 예산을 긴급생계 지원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국민들은 선심성 낭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예산정책처도 통신비 지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날 ‘2020년 4회 추경 예산안 분석 자료’를 통해 “단시간에 사업 계획이 수립돼 구체적인 지원 절차와 방법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 이용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당·정·청은 이런 비판에도 추경안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 가족에 중학생 이상이 3~4명이라고 하면 6만~8만원의 통신비 절감액이 생기는 것 아닌가”라며 “그냥 주나 마나 한 지원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 심의 과정에서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것은 국회의 책무인 만큼 논의를 경청하겠다”면서도 “정부가 많은 고민 끝에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 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6명이 통신비 2만원 지급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1일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500명 응답, 5.0% 응답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응답자의 58.2%는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방안에 대해 ‘잘못한 일’이라고 답했다. ‘잘한 일’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7.8%에 그쳤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