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82번뇌'?…갑질에 투기까지 분란 일으키는 與초선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연일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갑질에 투기까지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민주당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한다는 지적이다. 17대 국회에서 강한 개혁 성향으로 결집력을 흩트려 당을 위기에 빠뜨린 열린우리당 초선 108명의 '108번뇌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 윤영찬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보좌진에게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됐다. 카카오 뉴스페이지 메인화면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보도가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기사보다 빨리 노출됐다는 이유에서다. 즉각 포털 외압 논란이 일었다.

김홍걸 의원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정당 후보로 당선된 김 의원은 주택 4채 중 아파트 분양권 1채를 누락했다. 여기에 2016년 한 해에만 부동산 3채를 사들여 투기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이면서 대북주인 현대로템 주식을 1억원 넘게 들고 있어 이해충돌 논란도 일었다.
이번엔 '82번뇌'?…갑질에 투기까지 분란 일으키는 與초선들
앞서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고(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최 선수가)남자친구와 안 좋은 게 있었나"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최 선수는 감독과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임 의원은 이런 보도가 나가자 "진상규명이 두려워 이를 끌어내리려는 보수 체육계와 이에 결탁한 보수언론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황운하 의원은 지역구 대전이 폭우 피해를 본 와중에 해당 소식을 전하는 뉴스 앞에서 파안대소하는 사진이 공개돼 비판을 받았다. 김남국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엄호하면서 "국민의힘 당에 군대를 안 다녀오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간주하겠다. 군대 갔다 왔으면 이런 주장 못 한다"며 사실에 어긋나는 주장을 해 뭇매를 맞았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정의기억연대에서 횡령을 의혹이 불거진 윤미향 의원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고민정, 민병덕, 정정순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은 총선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엔 '82번뇌'?…갑질에 투기까지 분란 일으키는 與초선들
총선 직후 당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해찬 전 대표와 함께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언급하며 '겸손'을 강조했다. 이 전 대표가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라고 말하자 이 대표는 "그때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국민들께 오만하거나 미숙하거나 성급한 혼란상을 보여줘선 안 된다"며 "그런 일의 시작은 겸손에 있다, 모든 강물이 바다에 모이는 건 바다가 낮게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76명의 당선 의원 가운데 절반가량 차지한 초선 82명에게 특히 당부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가 취임 후 논란을 일으키는 의원들에게 '자중'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대표는 윤영찬 의원의 갑질 논란 다음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소속 의원이 국회 회의 중에 한 포털 매체 관련 부적절한 문자를 보낸 것이 포착됐다"며 "엄중하게 주의를 드린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김홍걸 의원과 관련해서는 비공개 회의에서 김 의원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민주당 초선들이 불러일으키는 논란이 열린우리당 시절과는 결이 다르다는 데 있다. 당시 386 출신이 중심이 된 열린우리당 초선들은 급진적 입법을 '개혁'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태년 원내대표, 윤호중 의원 등이 당시 초선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초선들은 갑질이나 투기 같은 민주당이 추구해 온 가치와 정반대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열린우리당 초선은 개성이 강해 이념적 이슈를 몰고 다녔다"며 "현재 초선들의 문제는 당 전체가 아닌 이미 기득권을 가지고 국회에 입성한 친문 진영에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열린우리당 때는 당 지도부나 원내 지도부의 장악력이 없었다"며 "지금은 지도부의 리더십이 강하기 때문에 초선들의 논란은 빠르게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