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때 처음 모집…4만3천660명 인천상륙작전 등 미군과 함께 싸워
한국군-주한미군 가교역할…방위비분담금 협상 때 카투사 지원도 부각
[김귀근의 병영톡톡] 카투사 70년…신분은 한국군·작전통제는 미군
카투사(KATUSA·Korean Augmentation to the United States Army)는 주한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을 말한다.

6·25전쟁 발발 두 달 후 첫 신병을 모집한 이래 70년을 지속해온 세계 유일의 제도이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 씨가 카투사로 복무할 당시 '특혜 휴가'를 받았는지에 대한 논란으로 카투사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4∼5년 전 카투사 선발일에 '카투사'가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적은 있으나, 최근 카투사 휴가 규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놓고 온라인은 더욱 뜨겁다.

한국 사회가 유독 병역문제에 민감하다는 것을 이번 사례가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과거 잦은 '병무비리'에 연루되어 혼쭐이 났던 병무청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병역'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것도 병역문제에 대한 국민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 카투사 인사행정 한국군…작전통제 등은 미군으로 '이원화'
카투사는 신분은 한국군이면서 훈련과 작전분야 등에서 미군을 따라야 한다.

카투사 보직과 진급, 전출, 휴가, 군기, 군법, 상벌 등의 인사행정은 육군인사사령부 예하 한국군지원단이 맡고 있다.

12일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군 지원단 및 카투사 관리규정'은 휴가 기간 및 사유에 대해서는 육군 병영생활규정을 적용하고, 한국군지원단의 지역대장 승인을 받아 휴가를 가도록 했다.

'주한 미 육군규정 600-2' 또한 한국군지원단 병사의 휴가를 포함한 행정관리는 한국 육군 제도를 적용하고, 특히 휴가 방침 절차는 한국 육군참모총장의 책임 사항이며, 한국군지원단장이 관리하도록 했다.

카투사 월급과 복무기간도 한국 육군과 같다.

연간 100억원 안팎의 카투사 인건비도 한국 국방예산에서 나간다.

반면 카투사에 대한 작전통제, 급식, 피복, 장비, 생활용품 지원 등은 미군이 맡고 있다.

카투사들의 전반적인 내무생활 일체와 외출, 외박 통제도 미군 규정에 따라야 한다.

전문가들은 미군이 작전 통제하고, 인사행정 권한은 한국군이 맡는 카투사 지휘체계의 이원화를 문제점으로 꼽는다.

작년 카투사 병장 5명이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 달까지 무단으로 이탈해 집에 머문 사건은 지휘체계 이원화에 따른 문제점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카투사 70년…신분은 한국군·작전통제는 미군
카투사 근무 부대 및 보직 분류와 관련해서도 잡음이 많았다.

미군 부대 배속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청탁' 등의 개입 요소가 컸다.

2016년 이후 한국군지원단은 청탁 개입 요소를 근절하고자 공개 전산분류 방법을 아예 명문화했다.

즉 공개 전산 부대 분류는 교육병, 부모가 모인 공개된 장소에서 시행하도록 했다.

전산에 난수 입력은 번호 추첨을 통해 무작위로 선정된 교육병 A·B, 부모 A·B가 각각 2자리씩 호명하고 최종 부대 분류 실행은 부모 C가 시행하도록 했다.

최종 부대 분류 후 분류 결과지를 출력해 공개된 장소에 게시하는 등의 방법이다.

◇ 미군 지휘관들 카투사 능력 호평…한국군-미군 가교역할
역대 많은 주한미군사령관이 카투사 능력을 호평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영어 소통에 지장이 없고, 행정 등 업무처리가 빠르고 예의 바르다는 것이 미군 지휘관들의 대체적인 평가라고 군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카투사 초창기 시절 언어가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달라 융합이 매우 어려웠을뿐더러 카투사를 '짐'으로 여기는 미군이 많았다고 한다.

미군 부대 내 차별도 심했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카투사 70년…신분은 한국군·작전통제는 미군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고자 한미는 1985년 카투사 운용 기준을 담은 '주한 미 육군규정 600-2'를 개정했다.

카투사가 동일 계급의 미군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미군과 동등하게 영내 의무시설과 오락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등이 개정 항목이다.

1988년에는 미군이 카투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조항도 추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들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가할 때 카투사 제도도 협상 요소로 부각됐다.

미군이 주둔한 국가 중에 카투사와 같은 제도를 시행한 곳은 한국뿐이기 때문이다.

미국 본토나 해외 근무 미군이 주한미군에 배치받으면 언어나 문화 등이 낯설다.

한국 카투사들은 이런 미군들이 한국에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래서 한국군과 미군의 가교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투사는 보병, 포병, 기갑, 공병, 통신, 보급, 행정, 헌병 등 다양한 병과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현재 미군 부대에 카투사 3천4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병무청은 내년도 입영할 카투사 1천590명을 모집한다.

지원자는 오는 16일 오후 2시부터 22일 오후 2시까지 병무청 인터넷 홈페이지(www.mma.go.kr)를 통해 접수해야 한다.

선발은 11월 5일 입영 희망 월별, 어학 점수대별 지원자분포 비율을 적용해 전산 무작위 추첨으로 선발한다.

군은 2022년도까지 카투사 860명을 줄일 계획이다.

2023년도부터는 1천200여명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기지 통폐합과 한국군 부대구조 개편 및 한국군 병력 규모 감축 등이 감축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카투사 70년…신분은 한국군·작전통제는 미군
◇ 6·25전쟁 중 첫 카투사 신병 모집…1만1천365명 전사·실종
카투사 최초 신병 모집은 1950년 8월 주로 피난민이 많이 모여 있던 대구, 부산 등지에서 이뤄졌다.

아픈 아내 약을 사서 집에 가던 사람, 사업서류 가방을 든 채 징집된 사람 등 뚜렷한 기준 없이 징집됐다고 한다.

초기 복무자들은 영어 능력은 고려되지 않았고 소총을 메면 땅에 닿지 않을 정도의 신장이면 징집됐다고 증언하고 있다.

징집자들은 약식 신체검사를 거쳐 K로 시작되는 군번을 부여받고 일본 후지산 인근 미 7사단 훈련장에서 훈련을 받았다.

미군은 한국인을 빨리 훈련 시키고자 '버디'(Buddy·전우)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미군 1명이 카투사 1명과 짝이 되어 무기와 장비 사용, 부대 제식, 개인위생과 예절교육 등을 맡도록 했다.

그러나 언어와 문화 장벽 등 부작용으로 1950년 겨울 폐지했다.

미군 부대에 배속된 한국인 카투사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특유의 놀라운 적응 능력을 발휘했다.

주로 소총수와 의무중대 들것 운반병, 포대 경비병, 탄약운반병, 기관총 보조사수, 식량운반병 등을 맡았으나 지금은 보병, 포병, 기갑, 공병, 통신, 보급, 행정, 수송 등 다양한 병과에서 근무한다.

1990년대 말 미 8군 한국군지원단은 카투사 1인을 미군으로 교체했을 때 비용을 추정했다고 한다.

이런 산출액을 기초로 카투사 운용으로 미군 경비 절감 효과가 9천만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6·25전쟁 기간 4만3천660명의 카투사가 미군과 함께 전투를 치렀다.

이 가운데 1만1천365명이 전사 및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1950년 인천상륙작전 때 참전한 카투사만 1만8천여명에 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