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유튜브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통합당은 이날 당 이름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기로 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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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유튜브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통합당은 이날 당 이름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기로 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
미래통합당 이름이 국민의힘으로 바뀐다. 통합당은 31일 비상대책위원회와 온라인으로 진행한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기로 했다. 통합당은 9월 1일 상임전국위원회와 2일 전국위원회를 거쳐 새 당명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2월 탄생한 미래통합당은 약 6개월만에 사라진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명 변경과 관련, “위기에 당면해 변화를 통해 새 기회를 창출한다는 의미”라며 “국민이라는 단어가 헌법정신에도 합당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수민 홍보본부장은 국민의힘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 등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 이름이 국민의당과 비슷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름에 걸맞은 새롭고 합리적인 활동으로 건강하게 경쟁하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합당은 국민의힘이 국민의당과의 이념적 차이 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한국 정당사를 살펴보면 당명이 비슷해 헷갈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민이란 단어가 들어간 정당 이름만 하더라도 통일국민당(1992년)·국민승리21(1997년)·국민통합21(2002년)·국민중심당(2008년)·국민참여당(2010년) 등 여럿 있다.

정당 이름이 자주 바뀌다 보니 10년 이상 이름을 유지한 정당은 4개에 그친다. 민주공화당(1963년~1980년)과 한나라당(1997년~2012년), 신민당(1967년~1980년), 자유민주연합(1995년~2006년) 등이다. 그간 220여 개 정당(국회의원 배출 기준)이 명멸해 우리 정당의 평균 수명은 2년 6개월에 불과하다. 제헌국회가 출범한 지 72년이 됐지만, 한국 정당 정치는 아직도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당명 변경은 2000년 이후 두드러졌다. 여당 계열 정당의 경우 2001년 1월 새정치국민회의가 새천년민주당으로 바뀐 뒤 열린우리당(2003년 11월)→대통합민주신당(2007년 8월)→통합민주당(2008년 2월)→민주당(2011년 7월)→민주통합당(2011년 12월)→민주당(2013년 9월)→새정치민주연합(2014년 3월)→더불어민주당(2015년 12월)으로 변경됐다. 평균 2년마다 한 번씩 ‘신장개업’한 것이다.

통합당 전신 정당들의 당명 변경은 2012년까지 뜸했다. 1997년 11월 만들어진 한나라당은 2012년 2월 새누리당으로 바뀌었다. 5년 넘게 지속되던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2017년 2월)→미래통합당으로 변경됐다가 이번에 국민의힘으로 바뀌게 됐다.

정당 수명이 이렇게 짧은 것은 정당이 유력 정치지도자들의 권력잡기용으로 만들어진 게 1차 원인으로 꼽힌다. 유력 정치지도자들의 대선 출마를 위해 창당됐다가 패배하거나 집권이 끝나면 사라지곤 했다. 정체성이 창당의 밑거름이 되기보다 선거 승리를 위한 1회용 정당, ‘위인설당(爲人設黨)’이다. 또 선거를 앞두고 분열된 세력을 통합하려는 목적도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달라 결별했다가 선거 승리를 목표로 다시 뭉치는 것이다. 선거 참패로 새 출발하자는 목적에서 간판을 교체하는 사례도 많다.

이런 양태는 정치선진국들과 뚜렷하게 대별된다. 미국 민주당은 창당 190년이 됐고 공화당은 166년을 자랑한다. 영국 보수당은 186년, 노동당은 120년이 됐다. 일본 자유민주당은 65년을 이어오고 있다. 당명에 가치와 이념을 찾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최근 통합당 계열의 보수 정당이 그렇다. 국민·통합·미래·평화 등은 좌파 우파 모두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일 뿐이다. 이념적 가치와 정책 철학에 기반을 두기 보다는 선거 유·불리에 따라 당 이름을 바꾸다 보니 정당 정치가 여전히 뿌리 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