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9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6차 당 전원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9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6차 당 전원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내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를 열고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제목표 달성 실패를 인정하고, 미국의 대통령 선거 이후를 내다보며 새로운 대내외 정책의 판을 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당 중앙위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를 주체110(2021)년 1월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며 “다음해 사업방향을 포함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제7차 당 대회가 2016년 5월 개최된 것을 고려하면 만 4년8개월 만에 열리는 셈이다.

북한은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내놓게 된 배경으로 당초 목표에 미치지 못한 경제성장 성과를 꼽았다. 당 전원회의 결정서에는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드는 데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해 계획됐던 국가 경제의 성장 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고 명시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자력갱생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로 큰 피해가 발생하면서 피폐해진 경제 상황을 북한 스스로 인정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당 대회 개최 시점은 미국 대통령 선거 일정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대선은 올해 11월 3일 치러지고, 취임식은 내년 1월이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새 대외정책을 마련해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발신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그간 북한에 ‘러브콜’을 보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다시금 미·북 협상을 통해 대북제재 해제 물꼬를 트기 위한 시도를 할 가능성이 예상된다.

당 대회는 노동당의 공식적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당 규약을 규정하고 당 노선과 정책, 전략전술에 관한 기본문제 등을 결정한다. 북한에서 당 대회는 김일성 체제에서 정상적으로 열렸지만 김정일 집권 이후 유명무실해졌다. 김정은이 공식 집권한 이후인 2016년 5월 제7차 대회가 36년 만에 다시 열렸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