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개성 지원' 정무국회의에 이어 1박 2일 수해현장 방문하기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북한을 강타한 홍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유달리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북제재 장기화 속에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정은, 홍수·코로나에 유례없는 신속 대응…'민심잡기' 총력
1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 수해와 코로나19를 '두 개의 위기'라고 명명하고, 대책 마련에 대해 논의했다.

북한은 6일 홍수피해가 본격화되면서부터 연일 수해지역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6∼7일에는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 현장을 1박 2일 일정으로 직접 찾았고, 인민군 부대를 도로 복구 및 제방 보수 등 피해복구 현장에 투입했다.

9일에는 국무위원장 명의 예비양곡을 지원했으며, 10일 당 중앙위 부서와 본부 가족 세대가 보낸 지원물자를 현지에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정치국회의에서 주민의 어려움을 거듭 언급하며 지도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집과 가산을 잃고 임시 거처지에 의탁해 생활하고 있는 수재민들의 형편과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때 다른 그 누가 아닌 우리 당이 그들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며 인민들이 겪는 고생을 함께하고 그것을 덜어주기 위해 그들 곁으로 더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해복구 기한은 당 창건 기념일인 10월 10일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수재민이 한지에 나앉아 당 창건 75돌을 맞이하게 할 수는 없다"며 10월 10일까지 큰물(홍수) 피해복구를 기본적으로 끝내고 주민들을 안착시키기 위한 당면투쟁과업을 반영해 정치국 결정서와 당 중앙위·중앙군사위·국무위원회 공동명령서를 시달하라고 제의했다.

북한이 올해 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해 평양종합병원 등 대형건물 건설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수해를 계기로 살림집(주택) 등 인민생활에 필요한 건설로 초점을 돌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 홍수·코로나에 유례없는 신속 대응…'민심잡기' 총력
코로나19 사태도 또다시 주요 안건으로 다뤘다.

김 위원장은 올해 2월과 4월, 7월, 8월 정치국회의에서 코로나19를 안건으로 다뤘다.

한가지 사안을 이처럼 자주 안건으로 올려 꾸준히 논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달 초 정무국 회의에서 코로나19로 봉쇄됐던 개성에 식량과 생활비 지원을 결정한 것까지 고려하면 반년 남짓한 기간에 5번이나 다룬 셈이다.

국가비상방역사업을 지휘할 상설 기구도 신설했다.

코로나19 방역이 장기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둔 조치다.

북한이 수해와 코로나19 대응에 발 빠르게 반응하는 것은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서다.

제재 장기화 속에 경제난이 깊어지면서 민심이 동요할 가능성이 커졌고, 코로나19와 수해가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김 위원장이 직접 민생 챙기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대대적으로 이뤄진 인사와 조직개편도 민생 안정이라는 중심 목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올해 들어 민생 안정에 방점을 찍고 수차례 회의 안건으로도 올렸지만, 조직이나 인사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지난 6개월간 민생 중심의 국정운영 과정에서 일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민생 돌보기에 적합한 인사와 조직재편을 한 셈이다.

통신은 "새로 내오는 부서가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이익을 수호하고 사회의 정치적 안정과 질서를 믿음직하게 유지·담보하며 우리의 계급진지, 사회주의 건설을 철통같이 보위해 나가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인사는 코로나19 사태와 홍수 피해 속에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