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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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외교·안보 분야 원로들과의 오찬 회동에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라며 남북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현 상황이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찬 참석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에 대해서 깊은 실망감을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연락사무소 폭파로 국민들의 충격이 컸고, 분노도 컸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도 실망하고 화도 나고 좌절감도 느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금은 가장 엄중한 위기상황”이라며 “모든 노력이 물거품될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고 참석자들은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올해부터 남북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려 했던 만큼 실망감이 큰 것 같았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남북 사이의 협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며 독자적인 협력 사업 추진 의지를 밝힌바 있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에 대해서 ‘도가 지나친 거 같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전단 살포 등을 미리 막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과거의 관성에 젖어 규제할 수 있는 법규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를 막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일부 참석자들은 대북 특사 제안 과정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북한에서 어차피 받지 않을 제안을 한 것은 실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북한은 한국 정부의 특사 제안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특사를 받는 것은 어렵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참석자는 “남북간 정상회담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며 “일부 원로는 화상 남북 정상회담, 화상 남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대화에 대한 의지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인내하면서 필요하면 원점에서 다시시작해야한다”며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김여정 중심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김정은) 국무위원장 수준에서 여지 남겨둔 것”이라며 “기회가 남아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번 오찬은 연락사무소 폭파되기 전인 6월 15일께 이미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이후 노동신문 등에서 연락사무소 폭파를 언급하는 등 남북 관계가 계속 긴장 상태로 흐르자 모임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12시부터 14시까지 원로들과 오찬을 하며 최근 남북관계에 대한 고견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임동원·박재규·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