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각에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군의 책무는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원론적 차원의 언급이지만 한·미가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고, 북한이 도발을 경고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에 있는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미군의 책무가 다른 나라들을 재건하는 게 아니라 미국을 외부의 적으로부터 강하게 지키는 것이란 근본적 원칙을 복원하고 있다”며 “우리는 끝없는 전쟁의 시대를 끝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머나먼 땅에서 벌어지는 오래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미국 병력의 의무가 아니다”며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은 주독미군 수천 명을 철수시키는 계획을 둘러싸고 미 정가에서 강한 비판이 불거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대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한국, 일본 그리고 독일에서 군대를 데려오기를 원한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밝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연설에서 “적들에게 알리겠다”며 “우리 국민이 위협받는다면 행동하는 데 결코 주저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우리가 싸운다면 오로지 싸워 이길 것”이라고 필승 의지를 다졌다.

대상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북한에 대한 경고 의미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최근 한국에 관계 단절을 선언했으며, 6·12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미국에 대해 ‘맞서 힘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미 NBC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2년 새 양국 관계가 원점으로 회귀했으며, 북한이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 가을께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 상원에는 이달 25일로 예정된 한국전쟁 발발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초당적 결의안이 제출됐다. 상원 동아태소위 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의원(공화당)과 야당 간사인 에드 마키 의원(민주당)이 공동 발의했다. 이들은 결의안에서 “한·미동맹은 핵심축(linchpin)이며 주한미군 주둔이 미 국익에 맞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