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 9층에서 부산시장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 9층에서 부산시장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오거돈 부산시장으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한 여성이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이번 사건으로 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렸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성 A 씨는 23일 오후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저는 어느 사람들과 월급날과 휴가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라며 이같이 전했다.

이어 "저는 이달 초 오 시장 수행비서의 호출을 받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면서 "업무 시간이었고, 업무상 호출이라는 말에 서둘러 집무실로 갔으나 그곳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라고 전했다.

A 씨는 우선 "그곳에서 발생한 일에 경중을 따질 수 없다. 그것은 명백한 성추행이었고, 법적 처벌을 받는 성범죄였다"이라며 오 시장의 기자회견문을 두고 유감을 표했다.

그는 또 "'강제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등의 표현으로 되레 제가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비칠까 두렵다"면서 "이를 우려해 입장문의 내용을 사전에 확인하겠다는 의견을 수차례 타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기자회견도 예상치 못한 시간에 갑작스레 이뤄졌다"라고 지적했다.

A 씨는 "두 번 다시 이 같은 표현이 등장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아울러 성범죄 예방과 2차 피해 방지에 대한 부산시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A 씨는 이와 함께 "사건 직후 많이 혼란스러웠다. 무서웠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그렇다"면서 "벌써부터 진행 중인 제 신상털이와 어처구니없는 가십성 보도를 예상치 못했던 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 시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라며 "잘못한 사람은 처벌받고, 피해자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이유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4·15 총선 이전에 해당 사실이 공개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정치권의 어떠한 외압과 회유도 없었으며, 정치적 계산과도 전혀 무관함을 밝힌다"면서 "부산을 너무나 사랑하는 한 시민으로서, 부디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설명했다.

A 씨는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은 '오거돈 시장의 성추행'"이라며 "피해자의 신상정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모든 일이 부디 상식적으로 진행되기만을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