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與, 지지세력만 보는 정치 안돼…野와 더 대화를"
“문재인 대통령이 총선 승리로 책임감이 커진 만큼 앞으로는 야당 대표들과 더 대화해야 합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이사장·사진)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 집권 3년간 야당의 주장을 포용할 줄 아는 자세가 부족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 의장은 “청와대나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고 해서 국민으로부터 ‘아주 잘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국민이 만족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는 미래통합당이 너무 나약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전 의장은 “문 대통령이 교만해지지 않도록 1주일 정도 시간을 내서 집권 기간에 국민의 뜻을 잘 반영했는지, 시행했던 정책은 잘됐는지 등을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지 세력만을 바라보는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박 전 의장은 “정치적으로는 가난한 사람들을 대변하면 표를 많이 얻을 수 있지만 집권 여당이라면 모두를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의장은 “민주주의는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부터 해야 한다”며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개헌 논의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개헌을 하겠다면 국회 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여야 간에 토론을 해야 한다”며 “여당이 일방적으로 ‘헌법에 적시된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겠다’는 식으로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여론을 모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합당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박 전 의장은 “야당이 여당을 비판하면서도 더 좋은 정책을 제시해서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피나게 해야 하는데 둘 다 못했다”고 지적했다. “순발력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했다. 그는 “예컨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 등 이슈를 먼저 끌고가지 못하고 항상 늦었다”며 “통합당 내에 정책 브레인이 없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통합당 공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박 전 의장은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지도부가 원칙을 철저히 정하고 공천의 방향을 제대로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부족함이 많았다”고 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