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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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심판론'은 선거 때마다 중요한 어젠다로 부상했습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4·15 총선에서는 경제심판론에 힘이 실리지 않았는데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경제심판론이 불까 노심초사했지만, 미래통합당의 경제심판론 주장은 최근까지 설득력을 갖지 못했습니다. 통합당 역시 무능하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입니다.

여권에서는 되려 '야당심판론'을 선제적으로 띄우면서 경제심판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더욱 주춤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경제심판론은 먹히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온 뒤로는 달라진 분위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연일 경제심판론을 띄우고 있습니다. 같은 경제심판론인데도 김 위원장의 주장이 화제가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대전 권역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조국을 살릴 것이냐,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것이냐"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무엇이 우선해야 하는지 삼척동자도 잘 알 것"이라고 했습니다.

경제심판론에 '조국심판론'을 합쳐버린 겁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는 공정을 내건 문재인 정부와 여권의 모순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정부·여당을 '조국 수호' 프레임에 가두면 여야 모두에 마음을 주지 않은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낼 거라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유권자에게 가장 호소력이 있는 경제심판론을 얹으면 그 효과는 배가됩니다. 통합당까지 불신하는 국민에게 야당이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주장하면 통하지 않습니다. 정부 여당을 경제가 아닌 조국을 살리는 세력으로 규정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김 위원장은 6일에는 "이번 선거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살릴 게 아니라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권역 선대위 회의에서 "막중한 경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특정인(조 전 장관)을 살리자는 소리가 여당에서 나왔다"며 "말만 하면 '사람이 먼저'라고 하는데, 그 사람이 조국인 것 같다"고 각을 세웠습니다. 모든 경제 이슈를 '조국 살리기'와 엮는 전략입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를 경제심판론과 연결시키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대전 권역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나가면 '경제 바이러스'가 온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가 말없이 추락하고 있다. 경제바이러스가 올 것인데 정부가 그것을 극복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총선 10여일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경제심판론에 '산소호흡기'를 달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폐기될 뻔한 경제심판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은 과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있을 때에도 경제심판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당시 20대 총선 선대위 이름을 '더불어경제선대위'로 지었을 정도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 20대 총선은 '경제선거'"라며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패'를 심판하고 국민에게 다시 삶의 희망을 드리는 선거"라고 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경제심판론은 당시에도 반향을 일으켰고 민주당이 승리했습니다.

역대 선거에서 경제심판론으로 승기를 잡은 김 위원장의 전략이 이번에도 통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통합당이 경제 살리기 대안 정당으로서 스스로를 증명하는 일도 관건입니다. 지금까지 통합당이 내놓은 경제 공약을 보면 '반문(반 문재인)'에만 머물고 있습니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입니다.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9일. 김 위원장의 경제심판론에 공감하는 유권자는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