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통합당 '구원투수' 등판…'중도층 잡기' 승부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사진)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4·15 총선에서 통합당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나선다. 통합당은 김 전 대표 영입을 통해 최근 불거진 공천 논란을 잠재우고 중도층 표심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공천 작업이 다 끝난 상황에서 김 전 대표가 영향력을 발휘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휘봉 잡은 김종인

통합당은 김 위원장이 오는 29일 선대위에 합류해 총선을 진두지휘한다고 26일 발표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뒤 “경제가 비상시국”이라며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그것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황 대표와 함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는다.

김 전 대표의 영입은 황 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성사됐다. 지난 2월 말부터 김 전 대표 영입에 공을 들여온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김 전 대표의 자택을 직접 찾아 합류를 설득했다.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은 “김 전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해 고심하신 것 같다”며 “나라를 구해야 한다고 호소드렸고 김 전 대표가 흔쾌히 수락했다”고 했다.

‘김종인 카드’로 판 뒤집힐까

공천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김 전 대표를 영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판세를 뒤집을 ‘비장의 카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으면서 ‘정권 심판 바람’을 기대하고 있는 통합당은 난감한 상황이다. 최근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중도층 표심을 잡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선거를 여러 차례 이끌면서 ‘이슈 메이커’ 능력을 검증받은 김 전 대표를 영입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게 통합당의 전략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물밑으로 가라앉은 ‘정권심판론’을 다시 끌어올릴 수도 있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새누리당을, 2016년 더불어민주당을 승리로 이끌었던 당사자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맹공을 펼치고 있는 통합당으로선 경제전문가인 김 전 대표 영입으로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킬 수도 있다. 황 대표는 김 전 대표의 역할에 대해 “지금 가장 어려운 게 경제 문제”라며 “국민들께 시원한 경제 비전을 드릴 것”이라고 했다.

이날 유승민 통합당 의원이 천안함 폭침 10주기 추모식 행사에 참석해 46일 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유 의원이 통합당 선거 운동에 뛰어들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의원이 적극적인 선거 지원 활동에 나설 경우 김 전 대표 영입과 함께 통합당 선거 전략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미풍’ 그칠 수도

통합당이 기대하고 있는 만큼의 영입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총선이 20일밖에 남지 않은 데다 공천 작업이 사실상 끝난 상황이라 김 전 대표가 휘두를 수 있는 ‘칼’이 많지 않다. 김 전 대표가 올해 80세인 ‘올드보이’인 데다 지난 10년간 진보와 보수를 오가며 이미지가 소모된 것도 그의 파괴력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의 근거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워낙 ‘갈지(之)자 행보’를 해와서 선명성이 약화됐다”고 평가절하했다.

김 전 대표의 전격 영입 발표는 통합당 최고위원회가 공천관리위원회와 ‘샅바 싸움’을 벌인 끝에 공관위 결정사항을 뒤집은 다음날 나왔다. 일각에선 최고위의 공천 ‘뒤집기’가 김 전 대표 영입과 연관돼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김 전 대표가 그동안 일부 인사의 공천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 삼아왔기 때문이다. 다만 박 선대위원장은 김 전 대표가 추가적으로 공천에 개입할 가능성에 대해 “공천이 마무리됐고 더 이상 얘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통합당이 최근 불거진 당내 반발을 수습하지 못할 경우 ‘김종인 카드’가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