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국제 공조를 위해 제안한 주요 20개국(G20) 특별화상정상회의가 26일 열린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과 릴레이 전화통화를 통해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밤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한·미 간 적극적인 공조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의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의료장비를 지원해줄 수 있는지 물었고, 문 대통령은 “국내 여유분이 있으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중 승인될 수 있도록 즉각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코로나19 확진 상황에 관심을 보이면서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최근 체결된 한·미 통화스와프가 국제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였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G20 특별화상정상회의에선 방역과 경제 양면에서 정상들의 단합된 메시지 발신이 중요하다”며 “각국이 방역활동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무역 활성화와 기업인의 활동 보장 등 국제 협력 방안이 심도 있게 협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통화한 것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한 대화를 나눈 지난해 12월 7일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2020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를 비롯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등과 연달아 통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지난 1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처음으로 G20 특별화상정상회의를 제안한 이후 스웨덴 등 각국 정상의 통화 제의가 쇄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코로나19 사태는 단순한 보건 차원의 문제를 넘어 경제·금융·사회 전 분야로 그 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공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보건 위기를 극복하고, 전 세계 성장 회복을 주도하는 데 G20 국가의 역할이 크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산체스 총리에게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방역과 치유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임상 데이터를 국제사회와 공유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산체스 총리는 “한국의 혁신적인 코로나19 퇴치 운동과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을 배우겠다”며 한국 의료물자의 지원을 요청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