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경제통’으로 불리는 최운열 의원이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6일 ‘타다금지법’의 국회 통과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더불어민주당의 ‘경제통’으로 불리는 최운열 의원이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6일 ‘타다금지법’의 국회 통과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여당은 국민을 잊고 있습니다. 입법의 최우선순위는 국민 후생에 둬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 최운열 의원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과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 운행을 잇따라 좌절시킨 여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혁신기업은 법의 회색지대(그레이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며 “법원까지 무죄라고 한 상황에서 입법으로 ‘대못 규제’를 한다면 앞으로 누가 스타트업에 뛰어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문재인 정부를 위하는 여당 의원들이 맞느냐”며 “혁신성장에 역주행하는 여당에 크게 실망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여당 의원 중에서 유일하게 타다금지법에 반대표를 던졌다.

“타다금지법은 총선을 한 달 앞두고 25만 명의 택시 운전기사와 택시 단체의 눈치를 본 여야 합작품이다.”

▷정부는 ‘타다허용법’이라고 한다.

“당장 타다가 한 달 안에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하는데 그 말을 믿을 수 있는 국민이 많지 않을 것이다.”

▷여야가 합의해서 본회의에 올라왔다.

“타다금지법은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었다. 택시 기사들의 피해를 구제해주겠다며 신사업을 막는 건 결국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의 ‘우버’, 동남아시아의 ‘그랩’과 같이 시대 흐름에 맞게 변해야 한다. 준비가 늦어지면서 국민과 기업, 기사들까지 큰 피해를 볼 것이다.”

▷총선을 앞둔 정략적 투표라는 해석도 있다.

“택시 기사만 투표권을 가진 게 아니다. 국민도 현명하기 때문에 결국엔 알 것이다.”

최 의원도 타다금지법이 ‘혁신 만능법’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타다를 멈추면 국민의 삶이 나아지느냐”고 반문했다.

▷타다 서비스가 법의 허점을 악용했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혁신성장은 법망의 사각지대에서 태동하는 것이다. 이를 건별로 일일이 규제로 막으면 누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겠나.”

▷입법의 기준이 뭔가.

“국민의 삶이 나아질 것인지다. 입법을 통해 국민의 후생이 나아질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한 산업을 갑(기업)과 을(택시 기사·택시 단체)로 나누고 특정 집단을 대변하겠다는 방식으로 입법을 하면 안 된다.”

▷타다금지법이 약자인 택기기사를 대변하는 건 맞지 않나.

“이번에 통과한 법안이 ‘을’을 대변했는지 의문이다. 택시 단체 대표와 간부 중에는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가진 자산가들이 포함돼 있다. 차라리 타다를 활성화해 택시 기사들에게 택시와 타다 등 직업 선택권을 주는 게 낫다.”

▷타다로 피해를 본 직업군이 있다.

“기술 진보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공공 펀드를 조성하거나, 이익을 보는 쪽에 세금을 더 부과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는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준비해야 한다.”

지난 5일 케이뱅크 증자를 위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에 대해서는 “여당 의원들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표결 후 눈을 감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여러 번 되뇔 정도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했다.

▷반대표를 던진 여당 의원조차도 부결될지 몰랐다고 한다.

“여당이 직면한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금융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라며 여러 차례 설득했다. 여야도 통과에 합의했다. 표결 후 한동안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지 못했다.”

▷원인이 뭐라고 보는가.

“자기 색깔만 내고 싶은 일부 강성 의원들과 법안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반대표를 던진 여당 의원들에게 실망이 크다.”

▷국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건가.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지금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기보다는 1980년대식 규제 마인드를 아직도 갖고 있다. 특정 기업의 이름만 들어가면 반대표를 던지는 여당 강성 의원들의 시대착오적 행태를 21대 국회에선 바꿔야 한다.”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줘서는 안된다는 여론도 있다.

“불법을 저지른 기업인과 기업은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 정부와 결탁해 문제를 일으킨 KT 경영진은 엄벌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케이뱅크와 직원들, 관련 산업을 준비했던 크고 작은 기업들까지 피해를 봐선 안된다.”

최 의원은 원격의료 도입 좌절과 공공기관의 연공서열제 회귀를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로 꼽았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2018년 8월 원격의료 도입에 뜻을 모았지만 의료계 등 시민단체 반발에 발의도 하지 못했다.

▷정부가 뒤늦게 원격의료 서비스를 도입하려고 한다.

“2018년에 원격의료를 도입했으면 지금 코로나19 사태 때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급하게 원격의료를 시행했지만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노동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여당의 노동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근로자를 중시하고 친(親)노동 정책을 펴되 친(親)노조일 필요는 없다.”

▷공공기관 인사평가에 대한 문제점도 상당하다.

“기업이 살아야 고용이 있는데, 정책은 기업을 죽이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 이를 다시 돌리려면 그만큼 사회적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의 성과급제 폐기는 실책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