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교류국마저 입국제한…신남방 파트너 베트남서 항공기 회항
중국 26개 중 11개 성·시서 절차 강화…"미국도 시간문제" 우려
외교장관 전화에도 강행…동시다발 입국제한에 정부 '속수무책'(종합)
정부가 과도한 입국제한을 막기 위한 외교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가까운 국가들조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한국에 빗장을 걸고 있다.

신남방 정책 파트너인 베트남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유감을 표명한 바로 다음 날 한국발 항공기 착륙을 막았고, 동맹인 미국도 곧 입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정부는 이런 흐름을 되돌리는데 역부족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1일 오전 10시 기준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격리 등 강화된 입국절차를 시행하는 지역은 총 79곳이다.

외교부가 입국제한 지역을 공식 집계·공지하기 시작한 지난달 23일 13곳에 불과했지만, 1주일 사이에 유엔 회원국(193개)의 3분의 1을 넘었다.

특히 초기에는 섬나라와 보건 역량이 취약한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입국제한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선진국은 물론 한국과 인적 교류와 교역이 많은 국가도 빠르게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한국이 신남방 정책 주요 협력국으로 여겨 그동안 관계 구축에 공을 들여온 베트남이 한국인 입국을 제한한 것은 특히 아프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저녁 팜 빙 밍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통화하고 입국제한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지만, 베트남은 바로 다음 날 한국발 하노이행 여객기의 하노이 공항 착륙을 갑작스럽게 금지해 여객기가 인천국제공항으로 긴급 회항해야 했다.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자 제2위 교역국이며, 베트남 또한 한국의 4위 교역국인데도 이런 조치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베트남이 기존 외교·경제 관계보다 코로나19 방지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 외 지역에서도 한국인 여행객들이 예고 없는 조치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터키도 갑작스럽게 한국을 오가는 모든 여객기 운항을 중단하면서 이날 오전 한국행 터키항공편에 탈 예정이었던 국민 47명이 이스탄불 공항에 발이 묶였다.

한국의 1위 교역국인 중국은 산둥성,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푸젠성, 광둥성, 상하이시, 산시성, 쓰촨성, 장쑤성, 톈진시 등 11개 성과 시의 지방정부에서 한국발 입국자를 격리하고 있다.

중국에는 4개 직할시와 22개(타이완성 제외) 성 등 26개의 성·시가 있는데 이미 11개 성·시가 강화된 입국절차를 시행한 것이다.

지금 추세로 코로나19가 세계 전역으로 확산하면 미국이 한국발 입국을 막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달 26일 한국 전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 '여행재고'로 상향한 지 3일만인 29일 대구를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로이터통신은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중국에 대해 시행한 입국금지 조치를 한국에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 왔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부도 미국의 향후 조치에 대해 섣불리 전망하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비공식 브리핑에서 "앞으로도 미국과 서유럽이 상당 기간 입국제한을 안 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미국을 보면 철저히 대비를 안 하면 언제 위험해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분명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입국제한으로 타지에 발이 묶인 국민에 영사조력을 제공하는 한편 과도한 조치를 막기 위한 외국 정부 설득을 이어가고 있다.

다행히 일부 국가가 당초 계획보다 조치를 완화하는 등 성과도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은 3월부터 한국-우즈벡 간 직항편을 기존 주당 13편에서 1편으로 줄였는데. 우즈베크는 중국, 이탈리아, 이란과 항공편을 전면 중단한 가운데 한국과는 특별한 관계를 고려해 1편을 유지했다.

중국 톈진은 당초 한국·일본발 승객 전원을 14일간 호텔에 격리하겠다고 항공사에 통보했다가 주중한국대사관과 협의를 거쳐 승객 가운데 환자가 나오지 않으면 자가격리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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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