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태운 택시, 버스전용차선 이용하게 하자고요?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버스전용차로를 통행할 수 있는 차종을 시장이나 도지사가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인데요. 김 의원은 이를 두고 '승객 태운 택시(가)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도로교통법상 버스전용차로를 통행할 수 있는 차종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 있습니다. 노선 버스, 36인 이상 버스, 어린이 통학버스, 구급차 같은 긴급 자동차만이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김 의원은 "최근 지방도시에 버스전용차로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시민 불편이 가중되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부산의 경우 비좁은 도로에 버스전용차로까지 생기면서 교통체증이 심화되는 구간들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버스전용차로로 다니는 노선버스의 통행 빈도는 낮아 차선 하나가 거의 비어 있는 비효율이 발생하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장이나 도지사 권한으로 통행 차량의 종류를 늘릴 수 있도록 하면 지자체 도로 사정에 따라 버스전용차선 허용 차량을 지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 의원은 "지역과 구간에 따라 교통 여건이 천차만별인데 지금처럼 전국 모든 버스전용차로에 같은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에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시장·도지사가 예외를 인정할 수 있게 해 지역별·구간별 차별성을 두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개정안은 국회가 끝나면 자동 폐기됩니다. 김 의원도 이걸 모르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도 이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회 안팎에서는 4·15 총선을 앞두고 택시기사의 표심을 공략하는 '보여주기식 발의'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세력이 큰 이해 당사자를 겨냥한 맞춤형 발의라는 것입니다.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버스전용차로를 승객을 태운 택시에 허용하는 게 맞을까요? 국회의원이 표를 얻기 위해 갈등을 부추기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