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과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가 19일 오후 2시 5분 시작된다.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19분께 선고가 열리는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청사에 도착했다.이 전 대통령은 차량에서 내려 마스크를 벗은 뒤 "이명박!"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일일이 악수를 했다.그는 평소 법원에 출석할 때에는 손을 흔드는 정도로만 지지자들과 인사하곤 했다.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240억원대 횡령과 80억원대 뇌물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여원을 선고받았다.이 전 대통령은 앞서 1심에서는 재판부의 생중계 결정에 반발해 선고 공판에 불출석한 바 있다./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당시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행정안전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21대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장 전 보좌관은 1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나와 같은 공익제보자가 필요하다"라며 오는 총선에서 경기 과천·의왕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이어 "공익제보 경험을 살려 공무원의 공익제보를 제도화하고 청렴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기자회견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정치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에 대해 묻자 "최근 검찰 수사와 관련해 '조국 사태'를 계기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저도 검찰의 수사를 받을 때 검찰이 부당하다, 검찰의 입맛에 맞게 모든 것이 진행된다는 것을 경험하며 문제의식을 가졌다"고 설명했다.아울러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을 하면서 출마를 결심했다"라며 "내부고발의 사례를 전수 점검하고, 국가가 좀 더 능동적, 적극적으로 공익제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그는 2010년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졌을 때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됐다가 2012년 3월 "청와대 민간인 사찰 증거를 인멸했다"고 폭로하며 총리실을 떠났다.이후 2013년 11월 대법원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를 없앤 혐의(증거인멸 및 공용물건손상)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확정판결을 받은 뒤 공직에서도 물러났다.2016년에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 총무지원팀장으로 합류했으며, 민주연구원에서 정책연구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지난해 6월 행안부 장관 정책보좌관에 임명됐던 장 전 보좌관은 지난해 12월 31일 공직에서 사임하며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40%.한국이 소득세를 어떻게 걷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숫자다. 국세청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상위 1%(근로소득과 종합소득을 합친 통합소득 기준)는 전체 소득세의 41.8%(2017년 기준)를 낸다. 2018년 근로·종합소득세 수입이 57조원인 만큼 약 24조원을 ‘1% 부자’가 낸 셈이다. 반면 월급쟁이 10명 중 4명은 근로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8조가 무색할 정도다.대부분 나라가 부자에게 소득세를 많이 거둬 저소득·빈곤층에 혜택을 주는 정책을 쓰지만 한국은 세계 주요국과 비교할 때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고소득층 쏠림 현상이 심하다. 캐나다는 소득 상위 1%의 소득세 점유율이 23.6% 수준이다. 영국(28.9%), 일본(35.0%)도 한국보다 낮다. ‘넓은 세원’을 추구하는 선진국의 면세자 비율은 캐나다 17.8%, 일본 15.5%, 호주 15.8% 등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영국은 1% 안팎에 불과하다.2년에 한 번꼴 ‘부자 증세’세율과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을 조정하는 내용의 소득세제 개편은 지난 10년간 네 차례 있었다. 타깃은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고소득자였다. 이명박 정부(2012년), 박근혜 정부(2014, 2017년), 문재인 정부(2018년) 등 정권을 가리지 않고 과표 구간의 맨 꼭대기만 공략했다. 2017년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 44.0%)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42.5%)을 넘어섰지만 정부는 멈추지 않았다. 2018년 최고세율을 46.2%로 끌어올리며 OECD와의 차이를 더 벌렸다.고소득층을 겨냥한 증세는 올해도 계속된다. 정부는 고소득자가 받는 소득공제에 2000만원 한도를 씌웠다. 소득공제 한도를 줄여 매년 이들로부터 1000억원씩 더 걷기로 했다. 2012년부터 2년에 한 번꼴로 ‘부자 증세’를 한 셈이다.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증세 시도는 2013년 딱 한 번 있었다. 근로자의 소득공제를 줄여 연간 3450만원 이상 버는 사람에게 세금을 더 걷으려 했다. 하지만 조세 저항이 커지자 5일 만에 ‘항복’했다. 그러면서 세부담이 늘어나는 소득 기준을 5500만원으로 끌어올리고, 중산층·저소득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도 대폭 늘렸다.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었다. 2013년 77.9%이던 소득 상위 10%의 소득세 부담은 이듬해 80.2%로 늘었다.면세자 줄이기엔 뒷짐 진 정부‘세금 불공평’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는 면세자 비율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근로소득세를 한푼도 안 낸 사람은 722만 명에 이른다. 전체 근로자(1858만 명)의 38.9%에 달한다.대기업 임원 이모씨는 소득세 시스템이 형평성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친구는 보유자산이 나보다 훨씬 많은데도 단지 근로소득이 적다는 이유로 세금을 훨씬 적게 낸다”며 “정치권과 정부는 언제나 ‘조세 정의’를 말하지만 실제론 ‘표 떨어진다’는 이유로 세원 확대엔 뒷짐 진 채 소수의 고소득층만 쥐어짜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현 정부도 ‘고소득층 납세 쏠림’ 현상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다. 2017년 6월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을 통해 면세자 비율을 끌어내리는 내용의 소득세 공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반대 여론이 나오자 바로 발을 뺐다. 작년 초에도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를 추진했지만 직장인 반발에 밀려 1주일 만에 없던 일이 됐다. 그렇게 도입 목적(신용카드 사용 확대)이 한참 전에 달성된 ‘한시정책’은 또다시 생명을 이어갔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누구도 세금을 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조세제도는 형평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그래야 납세자가 순응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자 증세는 열심히 일할 의욕을 떨어뜨리고 고소득자의 해외 이탈과 국부 유출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