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웡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부대표 겸 북한담당 부차관보가 유엔 특별정무 차석대표로 발탁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 미·북 정상회담을 원치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지난 10일(현지시간) 알려진 가운데 미국 내 대북라인마저 줄줄이 자리를 옮기고 있다. 미·북 협상 교착 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백악관은 11일 특별부대표를 유엔 특별정무 차석대표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대사급으로 승진시킨 것이다. 해당 직책은 미 상원 인준이 필요하다.

웡 부대표는 지난해 스티븐 비건 당시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한 후 대북 실무를 총괄했다. 웡 부대표는 지난 10일 한국에서 이동렬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과 한·미 워킹그룹회의를 했다. 이튿날엔 이문희 북핵외교기획단장과 북핵 차석대표 협의를 하고 남북한 관계와 미·북 대화, 북핵 등 제반 현안에 대해 의견교환을 했다.

미국 내 대북 라인 핵심 인물들이 다른 자리로 연쇄 이동하면서 국무부 내 대북 라인업에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지난달 23일엔 마크 램버트 국무부 대북특사가 유엔 다자간 연대 특사로 임명됐다. 비건 부장관은 대북특별대표 직함은 유지하고 있지만, 부장관이 되면서 업무 범위가 넓어져 북한에만 집중하긴 어려워졌다. 웡 부대표 후임은 아직 공개적으로 거론되지 않고 있다. 램버트 특사가 맡고 있던 대북특사직은 현재로선 사실상 폐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남북 간 협력을 되살리기 위해 금강산 개별관광, 남북 교류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미·북 협상이 계속 차질을 빚고, 트럼프 정부의 대북라인마저 대폭 인사가 단행되면서 실무적 추진은 어려워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선 향후 한반도 라인에 대한 진용이 어떤 식으로 재편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미국 현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준비에 올인하면서 북핵 문제에 열의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미국 CNN은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고위급 참모들에게 “11월 대선 전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차 정상회담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너서클 안에서도 미·북 협상 재개로 얻을 이득보다 잠재적 위험이 더 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