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 1인 시위자가 국립공공보건 의료대학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 1인 시위자가 국립공공보건 의료대학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과 관련해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공공의대법) 통과를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원내대책-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신종 코로나 종식을 위해 정부 비상 대응과 국회 총력 대응이 필요하다"며 "검역 인력 보강과 방역 인력 보강에 대해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서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공공의대법 (제정에) 착수하고 통과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이 자리에서 "공공의대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공의대 관련 법안은 현재 3건(박홍근·김태년·이정현 의원 발의)이 모두 복지위에 계류 중입니다.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의료 취약지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는 조건으로 입학을 허용해 공공의료 전문인력으로 양성하는 게 골자입니다. 입학금과 수업료, 기숙사비 등은 정부가 전액 지원합니다.

의무 복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의사면허 박탈(김태년 의원 안) 등 벌칙도 줍니다. 일본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습니다. 1972년 공공의대를 세운 일본은 매년 120명에게 공공의료를 교육하고 졸업 후 9년간 의무 복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공공의대 신설은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한 취지로 추진됐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 사망률은 서울 강남구가 29.6명, 경북 영양군은 107.8명이라고 합니다.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면 살 수 있었던 환자의 수입니다. 의사 한 명당 책임 병상 수도 수도권(서울 2.9개)과 나머지 지역(전남 13.3개) 간 격차가 큽니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 4월 전북 남원에 공공의대(정원 49명)를 세우겠다고 밝힌 뒤 국회는 1년 넘게 공공의대법을 논의해왔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소규모 의대를 신설한다고 해서 의료 취약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공공의대 설계비로 잡힌 2020년도 예산 9억5500만원에 대해 한국당 측은 7억1100만원 감액을 요구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학교법인 사무국 운영비 등을 더해 6억3600만원 증액하자고 맞섰습니다. 결국 정부안(9억5500만원)이 통과되긴 했지만 정작 공공의대법은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20대 국회에서는 폐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예산도 지출할 수 없습니다.

의료계도 공공의대법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의사가 취약지 근무를 꺼리는 이유는 열악한 진료 여건 때문인데,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의사만 보내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현재도 취약지에서는 병원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의료계는 공공의대 신설이 의사 수 확대의 ‘불씨’가 될 것으로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복지부는 정원 확대 없이 폐교한 서남대 의대 정원(49명)을 그대로 가져오겠다는 계획이지만, 일단 공공의대가 신설되면 정원을 늘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서비스업 발전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의사 수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공공의대 신설 추진에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19대 국회 때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의원(현 무소속)은 2014년 보궐선거에서 의대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어 보수정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호남권(전남 순천)에서 당선됐습니다. 복지부는 이 의원과 함께 순천에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지역구를 새누리당에 완전히 빼앗길 것을 우려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이 반대하면서 공공의대법은 결국 폐기됐습니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식의 공공의대 추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어찌됐든 여당이나 야당이나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 보건 향상을 위한 측면에서만 법 통과 여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일반 국민 및 의료계 의견 청취와 설득도 반드시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