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총선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재탕 삼탕 공약이 대부분이어서 무늬만 정책선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당의 공약이 지난 대통령선거 정책을 다시 써먹거나 과거에 내놓은 정책을 다시 포장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다. 야당 역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공약이 주를 이뤄 신선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일 발표한 ‘전국 공공 와이파이 설치’ 공약은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놨던 공약인 ‘와이파이프리 대한민국’과 비슷하다. 문 대통령은 당시 “이동통신 3사가 무선인터넷 와이파이를 공유하고, 통신사가 보유한 와이파이존이 없는 곳은 중앙·지방정부가 함께 공공 와이파이존을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1호 공약은 이를 토대로 예산을 대폭 늘리는 수준에서 설계됐다. 이미 올해 전국 모든 시내버스와 학교에 와이파이를 설치하는 등 480억원의 예산이 확정된 상황에서 내년과 2022년에 예산을 각각 2600억원과 270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게 민주당의 계획이다. 2030세대를 겨냥한 공약이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수준에 그친다”며 “예산만 대폭 늘려놓고 이를 총선 1호 공약으로 내놓는 건 국민을 우롱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의 2호 공약인 ‘벤처 4대 강국 실현’ 방안도 새로울 게 없다. 우량 벤처기업을 연간 200개씩 선발해 집중 육성하는 ‘벤처강국 패스트트랙’ 제도는 이명박 정부 당시 도입했던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 방안과 닮은꼴이다.

벤처투자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에 매년 1조원 이상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이미 지난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발표했다. 코스닥·코넥스 전용 소득공제 장기투자펀드 신설 계획은 문재인 정부 초반에 발표한 코스닥 벤처펀드의 연장선상에 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을 특정 시점(2022년)까지 30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선거 공약으로 발표한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폐지를 ‘1호 공약’으로, 경제 분야에선 탈원전 정책 폐기를 우선순위에 포함했다. “정책 실패를 심판하겠다”는 전략이지만 한국당 내에서조차 “야당이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기보다 정부가 하는 것에 반대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