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압박용으로 종종 등장…본회의서 과반 찬성 또는 의장 결재 필요
현실화된 사례는 1965년 단 1번
야당 단골 카드 '의원직 총사퇴'…현실화는 어려워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자유한국당이 꺼내든 '의원직 총사퇴' 카드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공수처 법안 처리 이후 국회에서 2시간 넘게 열린 의원총회에서 "날치기 처리에 분노를 모아 의원직 사퇴를 결의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국당이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꺼낸 것은 여당이 수적 우위를 토대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밀어붙이는 국회 상황에 대한 무력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강력한 항의 표시이자, 앞으로 전개할 강력한 대여투쟁 동력을 의식한 것으로도 읽힌다.

의원직 총사퇴는 역대 국회에서 야당이 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종종 들고나왔던 카드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인 2009년 7월 미디어법 처리 직후 대여 전면투쟁에 돌입하면서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해 소속 의원 84명 가운데 75명가량이 정세균 당시 당 대표에게 사퇴서를 전달했다.

2009년 이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 시 총사퇴'를 당론으로 채택(2016년 12월)했고, 바른정당은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 기각 시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2017년 2월)했지만, 모두 '조건부' 결의여서 실제 사퇴서 제출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의원직 총사퇴 카드가 실제 사퇴로 이어진 것은 지난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회담 당시 민중당 소속 의원 8명의 집단사퇴가 유일하다.

'국회의원 사직'이 현실화하려면 사퇴서 제출만으로는 안 된다.

국회법 제135조에 따르면 '국회의원 사직'에는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찬성, 회기가 아닐 때는 국회의장 결재가 필요하다.

본회의 의결 또는 의장 허가 전까지는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사직 의사를 서면 또는 구두로 철회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한국당의 의원직 총사퇴 결의는 실제 결행보다는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에 대한 반발과 저항을 더욱 강력히 호소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의원직 총사퇴가 비현실적이라는 측면도 있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본회의 후 페이스북에 "이제 의원직 총사퇴도 의미 없다"며 "야당의 존재가치가 없다면 오늘 밤이라도 모두 한강으로 가거라"라며 당을 거칠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총사퇴로 국회의원이 200명 밑으로 내려가면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써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는 헌법 제42조 1항의 규정에 따라 국회가 자동으로 해산된다는 논리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헌법학자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원 수가 200명 밑으로 내려가면 국회가 자동 해산된다는 것은 자의적 해석"이라며 "총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을 새로 뽑을 때 그 의석수를 200인 이상으로 법률에 정해야 한다는 의미이지 사직 등으로 의원 수가 200인 밑으로 내려가면 국회가 유지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