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이번주 내 헌법 소원
수학기호만 16개…산식 어려워
국민주권주의와 맞지 않아
민주 "비례·대표성 더 개선" 반박
선거법 개정안이 거센 위헌 논란 속에서도 지난 27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결국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됐다. 자유한국당은 이르면 30일, 늦어도 이번주 안에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 헌재가 2001년 ‘1인 1표 비례대표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과 같이 개정 선거법에 제동을 걸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 속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당은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해 내년 4·15 총선을 앞두고 또 한 번의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지난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 속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당은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해 내년 4·15 총선을 앞두고 또 한 번의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수학기호 16개…“국민 이해 못하는 선거법”

29일 한국당과 법학계에 따르면 개정 선거법이 헌법상 국민주권주의 직접선거 평등선거 등의 원칙을 위반했는지가 위헌 논란의 주요 쟁점이다. 한국당은 “개정 선거법이 너무 복잡해 국민주권주의에 배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선거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대리인인 국회의원을 뽑게 된다는 지적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4월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엔 비례대표 선출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 -, ×, ÷, =’ 등 수학 기호가 총 16개 들어갔다. 수학 기호가 포함된 계산법은 6개에 달한다. 심 대표도 3월 선거법 개정안을 준비하면서 “산식은 여러분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유섭 한국당 의원은 “국민이 제도를 적절히 이용하도록 이해시킬 수 있어야 정당한 선거법”이라고 말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개정 선거법은 국민주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례대표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개선해 국민주권주의에 더 부합하는 제도”라고 반박했다.
헌재로 가는 선거법 운명…학계 "이해 못할 계산식, 국민주권 침해"

2001년 헌재 결정 위반도 쟁점

개정 선거법은 직접선거 위반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2001년 지역구 투표를 정당 지지 투표와 연계해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만큼 개정 선거법도 직접선거 위반”이라고 말했다. 2001년 헌재 결정에 따라 비례대표를 지역구 투표와 별도로 정당 투표에 의해 배분하는 1인 2표제가 도입됐다.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정당 득표율이 아무리 높아도 지역구에서 많이 당선되면 연동형 비례 의석에선 손해를 보거나 아예 배분받지 못할 수도 있어 2001년 헌재 결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반론도 있다. 2001년 당시 선거제처럼 지역구 의석수에 비례해 비례대표 의석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닌 만큼 합헌이라는 주장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 선거법상 정당 투표는 지역구와 비례 의원을 구분하지 않고 해당 정당에 대한 지지 의석수를 결정하기 때문에 직접선거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표의 등가성 논란…“최대 일곱 배 차이”

평등선거 위반 논란도 거세다. 지역구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주요 정당에 대한 비례대표 투표가 대거 사표(死票)가 돼 표의 등가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이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20대 총선에서 개정 선거법을 적용하면 비례대표 47석 중 캡(상한)을 씌운 30석에 대해 한국당(당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각각 한 석도 배분받지 못한다.

반면 국민의당은 22석, 정의당은 8석을 배분받는다. 나머지 17석에서는 한국당 6석, 더불어민주당 5석, 국민의당 5석, 정의당 1석이 배분된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비례대표 한 석에 한국당은 132만6000표인 반면 정의당은 19만 표”라며 “평균 표 차이가 6.9배일 정도로 등가성이 깨져 명백히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정당 투표에서 많은 표를 받는 정당이 그만큼의 의석수를 배정받지 못하는 것에 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오히려 표의 등가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헌재 판결, 총선의 변수 되나

선거법 개정안의 위헌 소송이 내년 4월 총선에서 변수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총선 전 헌재가 위헌이라고 판단하면 선거법은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 새로운 선거법을 다시 정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만큼 개정 전 선거법으로 총선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총선 이후 헌재가 위헌이라고 판결하면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무효인 선거법으로 총선을 치른 셈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입법부의 영역을 헌재가 섣불리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정치권이 또 한 번의 홍역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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