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보다 1.1% 늘어난 약 56조원 규모…정부 총예산의 5.2%
제2기 아베 내각 출범 후 8년째 증가…수직이착륙 F-35B 6대 첫 도입
日 정부 내년 전체 예산 101조4천571억엔…2년째 100조엔대 돌파

일본의 2020회계연도(2020.4~2021.3) 방위예산이 사상 최대 규모로 잡혔다.

일본 정부는 2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열린 각의에서 총 5조3천133억엔(이날 기준환율 약 56조4천803억원) 규모의 내년도 방위예산을 의결해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내년도 방위예산은 올해(5조2천574억엔)보다 1.1%(559억엔) 늘어난 것이고, 정부 일반회계 예산총액(102조6천580억엔) 기준으로는 5.2%에 달한다.

이로써 일본의 연간 방위예산은 2012년 12월 제2기 아베 내각이 들어선 직후인 2013년부터 8년째 증가하면서 6년 연속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하게 됐다.

내년도 방위예산에서 두드러진 부분은 공격형 방위력을 확충하는 사업에 많은 돈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고, 육해공군과 그 밖의 전력을 갖지 않는다는 일본의 '평화헌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평화헌법' 日, 공격력 키우는 '역대 최대' 방위예산 확정
주요 예산 항목을 보면 우선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스텔스 전투기인 F-35B 6대 신규취득 비용으로 793억엔을 책정하고, F-35A 3대를 추가로 사들이는 예산으로 281억엔을 배정했다.

현재 F-35A 전투기 12대를 보유 중인 일본은 장기적으로 F-35형 전투기 전체 편대를 147대 수준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F-2 전투기의 차세대 후속기를 자체 개발하기 위한 내년도 착수 예산으로 280억엔을 떼어놓았다.

계속 사업인 F-15 전투기 개량에 390억엔, 공중급유·수송기(KC-46A) 4대 도입에는 1천52억엔을 쓰기로 했다.

일본은 KC-46A 취득을 계기로 전투기 부대 등의 작전을 광역화할 수 있도록 공중급유·수송을 맡는 1개 비행대를 새로 출범시킬 예정이다.

신형 호위함 2척 건조에 944억엔, 잠수함 1척 건조에 702억엔을 배정하는 등 해공(海空) 영역의 전투력 강화에도 많은 돈을 쓴다.

'평화헌법' 日, 공격력 키우는 '역대 최대' 방위예산 확정
호위함 '이즈모'와 '가가' 등 2척의 항모화 계획에 따라 우선 '이즈모'를 경항공모함으로 바꾸기 위한 개수(改修) 비용으로 방위성이 애초 요구했던 31억엔이 그대로 반영됐다.

경항모로 바꾸는 이즈모는 올해부터 사들이는 F-35B 전투기를 탑재해 원거리 작전 능력을 키우게 된다.

적국의 위협 범위 밖에서 대처하는 스탠드오프(standoff) 방위 능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F-35A에 탑재해 발사하는 합동타격미사일(JSM) 취득에는 애초 방위성이 요구한 것보다 34억엔 많은 136억엔을 배정했다.

또 지상배치형 요격미사일 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 수직발사장치(VLS, 115억엔)와 신형 요격미사일 SM-3 블록2A(301억엔)를 내년에 사들이기로 하는 등 탄도미사일 방위 관련 비용으로만 총 1천136억엔을 쓴다.

일본 정부는 내년도 주일미군 재편 비용으로는 올해보다 120억엔 많은 1천799억엔, 주일미군 주둔 비용 분담 예산으로는 2천5억엔을 배정했다.

'평화헌법' 日, 공격력 키우는 '역대 최대' 방위예산 확정
이밖에 우주 상황 감시 시스템 구축 등 우주 방위 관련 경비로 506억엔을 책정했다.

사이버 분야 예산으로는 육상·해상·항공 자위대로 구성된 사이버방위대(隊)를 약 220명에서 290명 체제로 확대 개편하는 비용 등을 포함해 애초 방위성 요구안인 256억엔을 그대로 반영했다.

전자파 영역의 방위력을 높이기 위한 예산으로는 스탠드오프 전자전기(機) 개발비(150억엔)와 대공 전자전 장치 연구비(38억엔) 등이 책정됐다.

'평화헌법' 日, 공격력 키우는 '역대 최대' 방위예산 확정
한편 방위비를 포함한 일본 정부의 내년도 전체 일반회계 예산안은 올해(101조4천571억엔)보다 약 1조2천억엔(1.2%) 많은 102조 6천580억엔(약 1천91조원)으로 확정됐다.

일본 정부 예산이 100조엔선을 돌파하는 것은 2년째로, 아베 내각 출범 이후 8년째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게 됐다.

고등교육과 유아교육·보육 무상화 등 아베 정권의 간판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사회보장 관계비가 사상 최대인 35조8천608억엔 규모로 불어났다.

세입 예산은 지난 10월 단행한 소비세 인상(8→10%) 효과를 반영해 올해 예산보다 약 1조엔 많은 63조5천130억엔으로 잡았다.

국가채무를 불리는 신규 국채 발행액은 올해와 비교해 약 1천억엔 적은 32조5천562억엔어치로 계획해 10년째 줄이는 것으로 책정했다.

이날 각의를 통과한 일본 정부 예산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 내년 3월까지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