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간 수싸움으로 선거제 개편안이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안 원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압박한 데 이어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서 잠정 합의한 석패율제 도입도 돌연 불가 방침을 밝혔다.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의석수 제한(캡)을 21대 총선에 한해 적용하는 절충안을 제시하면서도 석패율제 도입은 양보하지 않았다. 민주당과 정의당 간 파열음이 이어지면서 선거제 개편안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시한 협상 데드라인인 16일에도 국회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비례대표 의석 ‘캡’과 석패율 놓고 ‘밀당’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의석수 제한을 30석으로 고집한다면 이번(총선)만 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전날 4+1 협의체에서 선거제 조정 협상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데 대해 양보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여러 이유를 들어 (지역구와 비례의석을) 250 대 50까지 비틀었다”며 “진보정치의 새로운 정치인을 육성하려고 하는 석패율 제도마저 폐지 운운하고 있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50석(지역구 250석)으로 유지하거나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두 가지 안 중 하나는 반드시 관철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과의 협상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정의당이 협상용으로 내밀 ‘카드’가 마땅치 않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해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반대 등 ‘초강수’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정의당 의원들은 부정적이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공수처에 대한 반대 등은 내부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며 “정의당이 이미 공약으로 내건 사안이고, 지지층도 대부분 찬성한다”고 말했다. 결국 선거제 개혁이란 명분으로 민주당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서 원내교섭단체로 잠시 활동하면서 국회의원 특별활동비 폐지 등 선진적인 개혁안을 다수 내놨다”며 “다당제로 인한 장점을 부각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16일)부터 원내대표 회동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 역시 “17일까지는 결론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4+1 협상이 난항에 직면했음을 고백한다”면서도 “4+1 협의체를 재가동하기 위한 원내대표급 회동이 가능한지 다시 타진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일회용으로 비례대표 의석수 제한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꼼수로 비춰질 수 있다며 반대하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상정 대표 겨냥하는 민주당

민주당 지도부는 석패율제 도입을 주장하는 정의당을 일제히 비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중진들 재선 보장용인 석패율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에서 유일한 중진 의원인 심상정 대표(3선)를 겨냥한 발언이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석패율제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정의당은 과거 석패율제에 대해 중진 구제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대해왔다”고 강조했다. 석패율제는 비례대표 명부에 지역구에 출마한 의원들을 넣어 이들이 떨어질 경우 순번대로 구제해주는 제도다.

민주당이 4+1 협의체와 별도로 추진한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협상은 자유한국당의 불참으로 결렬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추진한 원내대표 회동에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에도 본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