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인사와 군마타고 이례적 백두산行…정책결정 핵심 노동당 전원회의 예고
핵실험·ICBM 발사 가능성…'핵·경제 병진노선' 부활할 수도
北, '연말시한' 앞두고 분주…강경한 '새로운 길' 접어드나
북한이 미국에 밝힌 '연말 시한'을 앞두고 '강경한 노선'으로의 전환을 잇달아 시사해 주목된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회담을 위해서는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와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갈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내년부터 강경행보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미국에 던진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의 미국을 향한 '결기'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김정은 위원장은 3일 박정천 군 총참모장과 군종 사령관 및 군단장 등 군 고위간부들을 대동하고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공식 집권 이후 백두산과 백두산을 행정구역으로 포함하고 있는 삼지연군을 9차례 방문했으나, 군부 인사를 중심으로 백두산 등정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10월 19일에도 백두산을 등정했으나 노동당 및 군수공업부문 간부들과 함께 백마를 탔고, 군 수뇌부는 없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이후 군을 노동당의 통제 속에 가두며 힘을 빼 온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군 지휘관들과 함께 군마 등정을 단행한 것은 미국에 밝힌 올해 연말 시한이 지나면 당장 내년부터 강경한 군사행동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중앙통신은 이날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가 이달 하순 열린다며 "조선혁명 발전과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北, '연말시한' 앞두고 분주…강경한 '새로운 길' 접어드나
미국을 향한 기대를 접고 내년부터는 2017년 이전 같은 강경한 대미 노선을 정하고 김 위원장이 직접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길'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을 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 이후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연말까지 '새 계산법'을 갖고 나와야 한다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노골화될수록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서게 되어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북미간 불협화음이 지속되는 가운데 맞이한 올해 정초 신년사에서도 미국이 제재와 압박을 유지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정세변화가 본격화되었던 지난해 4월 3차 당 전원회의를 열고 6차례 핵실험을 진행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채택한 바 있다.

사상 첫 북미 정상간 대화의 길이 열리고 남북관계는 물론 중국 및 러시아와 관계도 회복되는 상황에서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는 정책노선을 결정한 것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에는 여전히 북미 대화의 여지를 두고 대화 기간을 연말로 못 박으면서 내부에선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건설'이라는 과도기적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또 초대형 방사포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등 새로 개발한 무기의 시험 발사 등의 무력시위를 강행하면서도 미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저강도를 유지했다.

北, '연말시한' 앞두고 분주…강경한 '새로운 길' 접어드나
나름 순차를 정해 미국에 시간을 주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내년부터는 미국의 대북 '침공'과 제재에 대응한 국방력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2017년 이전의 노선인 '핵·경제병진 노선'이나 김일성 시대의 '경제·국방병진 노선을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북한 외무성의 핵심 당국자들은 하노이 노딜 이후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던 2017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전날 리태성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도 담화에서 북한의 '선제적 중대 조치'를 언급하고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구태여 숨기려 하지 않기에 우리는 연말 시한부가 다가온다는 점을 미국에 다시금 상기시키는바"라고 강조했다.

리 부상이 언급한 '선제적 중대조치'란 북한이 지난해 한반도의 정세변화 속에서 선제적으로 취한 핵실험 및 CBM 발사 유예조치를 의미하며 '우리가 할 일'이란 핵실험 및 ICBM 발사 유예조치의 중단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 시점에 나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이 북한의 강경한 대외정책 결정에 부채질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北, '연말시한' 앞두고 분주…강경한 '새로운 길' 접어드나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에 비핵화 약속 준수를 촉구하고 '사용하지 않기를 원하지만'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무력사용' 카드도 거론했으며,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던 2017년 하반기 사용했던 '로켓맨'이라는 별명도 약 2년만에 다시 입에 올렸다.

그럼에도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 관계를 의식해 핵실험이나 ICBM 발사 같은 고강도 군사도발을 강행해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하기보다는 최근 보여준 재래식 무기의 자체 개발 같은 '자위적 차원'의 저강도 무기 개발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