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용퇴론·계파갈등 수면 아래로…당내외 인사 잇따라 黃 위로방문
패스트트랙 저지 여부·인적 쇄신 세부 기준 변수
'黃단식'에 결집한 한국당…정기국회後 내부갈등 재점화 가능성
자유한국당이 25일로 엿새째 단식 중인 황교안 대표를 중심으로 오랜만에 결집하며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저지를 위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한 투쟁에 힘이 모이면서 인재영입 과정 등에서 부각된 황 대표의 리더십 논란과 인적 쇄신 요구로 촉발된 중진 용퇴론, 계파 갈등 등 당내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휴일인 전날(24일) 오후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 한국당 의원 전체 108명 중 90명가량이 참석한 것은 한국당이 결집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 정도 참석률은 평소 국회에서 열리는 의총보다 훨씬 높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설치된 황 대표의 단식 농성장에는 당내 주요 인사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황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한 이들도 많았지만, 일단 당의 전력을 하나로 모으는 데 동참하는 모습이다.

최근 당 지도부의 쇄신 의지를 비판하는 페이스북 글을 올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23일 농성장을 찾아 "제가 했던 말이나 보도된 기사에 대해 너무 괘념치 말아달라. 잘되자고 하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내 쇄신 바람을 일으킨 김세연 의원도 지난 22일 황 대표를 찾아와 "한국당이 거듭나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한 것"이라고 자신의 발언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부·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잇달아 농성장을 찾으면서 황 대표의 존재감도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황 대표의 단식이) 구심점이 됐다.

(황 대표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분이 전혀 없다"며 "생사를 걸었고, 당의 명운이 달린 문제인 만큼 하나가 돼서 돌파하고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黃단식'에 결집한 한국당…정기국회後 내부갈등 재점화 가능성
황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면서 '쇄신의 칼'을 언급한 만큼 당내 인적쇄신도 차분히 진행되는 분위기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황 대표의 단식 돌입 하루 만인 21일 지역구 의원 3분의 1 컷오프를 포함해 현역 의원 절반을 물갈이한다는 내용의 인적 쇄신안을 발표했다.

'지역구 의원 3분의 1'은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민주당에 압승했던 2012년 19대 총선 당시의 25%보다도 높아 고강도 쇄신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패스트트랙 문제가 정리되는 정기 국회 이후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들어서면 숨어있던 갈등의 불씨가 살아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황 대표의 단식을 통해 선거법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을 저지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변수다.

이들 법안 저지에 성공할 경우 황 대표의 당 장악력이 크게 확대되며 총선 공천을 둘러싼 파열음도 잦아들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당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컷오프 관련 세부 기준이나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문제도 아직 논의 중이어서 관련 사항이 확정될 때마다 당내 갈등이 재점화될 개연성도 무시할 수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