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반도체산업 경쟁력에 더해 소재·부품·장비 공급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된다면 반도체 제조 강국 대한민국을 아무도 흔들 수 없을 것”이라고 22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충남 천안 MEMC코리아에서 열린 ‘실리콘 웨이퍼 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한국은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12시간가량 앞두고 극일(克日) 의지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선 “지난 4개월간 정부는 핵심 소재·부품·장비 수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국내 생산 확대와 수입 대체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고 평가했다. MEMC코리아는 대만의 글로벌웨이퍼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투자기업이다. 이번 증설로 실리콘 웨이퍼의 국산화율(44%)은 일본산 의존도(41%)를 처음으로 넘어서게 된다. 文 "반도체 핵심 소재 국산화 계기...전국에 소·부·장 투자 붐 일어나길"'外投 기업' MEMC코리아 웨이퍼 2공장 준공식 참석문재인 대통령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효력 마지막 날인 22일 ‘소재·부품·장비’ 업체를 찾아 극일(克日)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단초가 된 일본의 수출규제를 ‘소부장’ 국산화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이날 문 대통령이 찾은 반도체 소재기업 MEMC코리아는 반도체의 핵심소재인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한다. 문 대통령이 이날 MEMC코리아의 ‘실리콘 웨이퍼 2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것은 일방적인 수출규제로 우리 산업에 타격을 주려 했던 일본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우리 반도체산업 경쟁력에 더해 소재·부품·장비 공급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된다면, 반도체 제조 강국 대한민국을 아무도 흔들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장기화하더라도 국산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이겨낼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웨이퍼는 반도체 집적회로가 그려지는 원판이다. 문 대통령은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면 웨이퍼는 ‘논’”이라고 표현했다. 그간 국내에서 사용되는 실리콘 웨이퍼의 절반(50%)을 일본에서 수입해 사용했다. MEMC코리아는 내년까지 4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300㎜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 생산능력을 현재 대비 두 배로 확대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 기업들의 일본 의존도는 41%로 떨어지고 자급률은 35%에서 44%로 뛴다. 자급률이 일본 의존도를 처음으로 웃돌게 되는 셈이다.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해외 수입에 크게 의존해온 반도체 핵심소재의 자급을 늘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이번 투자와 제2공장 준공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소재·부품·장비산업의 민간투자가 전국 곳곳에서 활발히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행된 지 4개월여가 흘렀지만 “우리 기업과 정부는 핵심소재·부품·장비 수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며 “한국은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MEMC코리아는 대만 글로벌웨이퍼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 기업이다. 문 대통령이 외투 기업을 방문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이날 행사는 문 대통령이 직접 한국의 투자환경을 홍보하는 ‘코리아 세일즈’에 나섰다는 의미가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MEMC코리아 제2공장 준공에는 또 하나의 큰 의미가 있다”며 “외국 투자기업이 핵심소재 관련 국내 공장 증설에 투자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일본 정부는 한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수출규제 철회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최종 방침을 정하고 미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17일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일 외교당국 간 협의와 한미 간 회담 결과 등을 토대로 지난 15일 한국 정부의 요구와 관련한 대응 방침을 재차 검토해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한일 외교당국 간 협의는 지난 15일 도쿄에서 진행된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간 접촉을, 한미 간 회담은 서울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뒤이은 문재인 대통령 예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이번 외교당국 간 국장급 협의는 양측 입장 차만 확인하는 선에서 끝났다.또 문 대통령은 에스퍼 미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가장 큰 원인으로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의 태도'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수출규제 철회가 전제돼야 지소미아를 연장할 수 있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이에 따라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조치로 지난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을 겨냥해 단행한 수출 규제를 일본 정부가 철회하지 않을 경우 지소미아는 예정대로 오는 23일 0시를 기해 효력을 잃을 상황이다.요미우리는 일본 정부는 한국 요구와 관련한 대처 방침을 논의한 이번 회의에서 '수출 규제와 지소미아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입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하고 미국의 이해도 구했다고 전했다.한편 일본 정부는 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제6차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ADMM-Plus)를 계기로 이뤄지는 한일 국방·방위장관 회담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재고를 거듭 요구할 방침이라고 산케이신문 등이 전했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일본의 고순도 불화수소 전문 제조업체인 스텔라케미파의 올 일본 회계연도 상반기(2019년 4월~9월)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7월부터 일본 정부가 고순도 불화수소 주요 수입국인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 수출규제를 강화한 직격탄을 맞은 것입니다. 이 회사는 여전히 일본 정부가 대한(對韓)수출 규제를 풀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까닭에 언제쯤 수출을 제대로 재개할 수 있을지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일본의 중견 화학업체인 스텔라케미파는 지난 8일 올 상반기(4~9월)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9%줄어든 171억4000만엔(약 1814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53.9% 감소한 9억9600만엔(약 105억원)을 기록했습니다.일본 회계연도 2분기(7~9월) 실적은 더욱 처참했습니다. 2분기 매출은 74억600만엔(약 783억원)으로 전년 동기(93억2300만엔) 대비 19.98% 줄었습니다. 영업이익은 1억4800만엔(약 15억원)으로 전년 동기(12억900만엔)의 11.47%에 불과했습니다. 사실상 1년만에 영업이익이 10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입니다. 이 회사는 계절적으로 2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를 보여 왔는데 올해 ‘농사’는 완전히 망친 모습입니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스텔라케미파의 주력인 반도체용 불화수소 수출이 일본 정부의 대한 수출규제 강화로 막히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화학제품 원재료가격 하락으로 수출규제의 충격을 다소 줄였지만 수출길이 막힌 손해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때마침 한국으로 수출규제가 시행되는 시점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마저 신통치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 이외로의 수출도 부진했다는 설명입니다.스텔라케미파 측은 올해 실적 예상치조차 내놓지 못했습니다. “일본정부의 수출규제 강화 영향을 파악 중”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스텔라케미파는 고순도 불화수소 세계시장 점유율이 60~70%에 이르는 업체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이 회사 전체 수출물량의 60%가까이를 한국에 공급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회사는 각종 불화수소 관련 제품군에 회사 역량을 집중해, 이 분야에 특화된 까닭에 일본정부의 수출규제 충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고 있기도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언제쯤 한국으로 수출이 제대로 재개될 수 있을지 목표 시점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고 전했습니다.과거사와 관련한 외교적 이슈를 양국 경제계를 볼모로 삼아 수출규제 공세를 취한 일본 정부 탓에 멀쩡했던 일본의 화학업체가 경영상 큰 타격을 입은 모습입니다. 후진적인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모습은 일본에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비록 스텔라케미파가 일본을 대표하는 거대 화학회사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1916년 창업 이래 100년 넘게 불화수소 분야 한 우물을 판 대표적인 전문업체입니다. 일본 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다고 일본 정부가 판단해서 한국에 대한 공세를 감행했을지 모릅니다만 이번에 드러나 이 회사의 갑작스런 실적악화는 앞으로 일본 정치가 경제계에 타격을 준 대표적인 사례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입니다.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