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연합훈련 조정" 발언에 화답…"대화동력 살리려는 긍정적 노력""비건, 12월 협상 제안…마주 앉을 용의 있지만 근본 해결책 내놓아야"美 오전 시간에 연이어 담화 발표…"종전선언·연락사무소론 가망 없어"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할 의향을 피력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미국이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할 경우 다시 실무협상을 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미국이 북한이 비핵화 조건으로 제시한 '안보 우려'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이에 북한이 화답하면서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이후 한 달 넘게 중단된 북미 대화가 다시 활발해지는 모양새다.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14일 발표한 담화에서 에스퍼 장관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믿고 싶으며 조미(북미)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측의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김 위원장은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가 발표된 직후 나온 미 국방장관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나는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앞서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차 13일(현지시간) 한국행에 오른 에스퍼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외교적 필요성에 따라 훈련을 더 많거나 더 적게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발언은 북한이 먼저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로 한미연합공중훈련을 비난하며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고 경고한 직후에 나온 것으로 미국이 북한의 안보 우려를 고려해 훈련을 축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실제 한미 군 당국은 오는 15일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연합공중훈련 조정 문제를 최종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김 위원장의 담화가 보도되기 약 1시간 40분 전에는 북미 실무협상 북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담화를 발표했다.미국을 겨냥한 두 담화는 시차를 고려해 각각 한국시간 오후 9시21분, 오후 11시 4분에 중앙통신에 보도됐다.김 대사는 최근 미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로부터 다음 달 다시 협상하자는 제안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고 미국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만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그는 "최근 미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 비건은 제3국을 통하여 조미(북미) 쌍방이 12월 중에 다시 만나 협상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며 "우리는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면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 앉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김 대사는 "하지만 미국이 지난 10월 초 스웨덴에서 진행된 조미실무협상 때처럼 연말 시한부를 무난히 넘기기 위해 우리를 얼려보려는(달래보려는) 불순한 목적을 여전히 추구하고 있다면 그런 협상에는 의욕이 없다"고 말했다.그는 "우리가 이미 미국 측에 우리의 요구사항들이 무엇이고 어떤 문제들이 선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명백히 밝힌 것만큼 이제는 미국 측이 그에 대한 대답과 해결책을 내놓을 차례"라고 말했다.이어 "미국이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정세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는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를 협상에로 유도할 수 있다고 타산한다면 문제해결은 언제 가도 가망이 없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나의 직감으로는 미국이 아직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며 미국의 대화 제기가 조미 사이의 만남이나 연출하여 시간 벌이를 해보려는 술책으로밖에 달리 판단되지 않는다"며 "다시 한번 명백히 하건대 나는 그러한 회담에는 흥미가 없다"고 말했다.김 대사의 담화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톤이 감지되지만, 뒤이어 나온 김 위원장의 담화를 고려하면 북한이 미측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움직임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 다시 협상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앞서 김 대사는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직후인 지난달 6일 성명에서 미국이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마저 하나둘 재개했다"며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이 제거돼야 가능하다고 밝혔다.한미 연합훈련이 북한이 지목한 대표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훈련 축소는 북한이 원하는 '근본적 해결책'과 맥이 닿는다.한편 김 대사는 비건 대표가 자신과 직접 연락하지 않은 점에 불만을 드러냈다김 대사는 "조미대화와 관련하여 제기할 문제나 생각되는 점이 있다면 허심하게 협상 상대인 나와 직접 연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제3자를 통해 이른바 조미관계와 관련한 구상이라는 것을 공중에 띄워놓고 있는데 대하여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이어 "이것은 도리어 미국에 대한 회의심만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미국측이 우리에게 제시할 해결책을 마련하였다면 그에 대해 우리에게 직접 설명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뉴스
국무부 반응…맞대응 자제하며 비핵화·관계개선·평화구축 의지 재확인미국 국무부는 13일(현지시간) 북한이 이달 중순 예정된 한미 연합 공중훈련 실시에 강력히 반발한 데 대해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 진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여전하다고 밝혔다.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입장표명에 대한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관계 전환과 항구적 평화 구축, 완전한 비핵화라는 싱가포르 약속에 대한 진전을 이루는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이는 데이비드 이스트번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 6일 북한의 한미 연합 공중훈련 실시 비난과 관련, "우리는 북한의 분노에 기반해 훈련을 시행하거나 규모를 조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데 비해 보다 원론적인 수준으로 보인다.북한의 반발에 대한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비핵화 및 북한이 요구해온 체제보장 등과 연관된 평화체제 구축, 관계개선 문제를 동시·병행적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음으로써 연합 공중훈련 기간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차원도 있어 보인다.북한 국무위원회는 대변인 담화에서 "대화상대인 우리 공화국을 과녁으로 삼고 연합 공중훈련까지 강행하며 사태발전을 악화일로로 몰아넣은 미국의 분별없는 행태에 대해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한국시간으로 13일 보도했다.북한은 지난 6일에도 권정근 외무성 순회대사 담화를 통해 "인내심이 한계점을 가까이 하고 있다"고 거세게 반발했다.한미 군 당국은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를 대체한 연합 공중훈련을 이달 중순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관련, 미 해군 소장인 윌리엄 번 미 합참 부참모장은 지난 7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한미 연합 공중훈련과 관련한 질문에 "병력과 전투기 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겠지만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보다 축소된 범위"라며 "이 훈련은 준비태세를 보장하기 위한 한미 공군의 필요조건을 충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연합뉴스
대선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 직격탄…국무위 대변인 담화로 김정은 의중 담아북한이 한미공중훈련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한달보름여 남은 연말 시한을 내세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한 공개적인 경고메시지를 발신해 주목된다.북한 국무위원회는 13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그동안 비난을 삼갔던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면서 한반도와 주변 정세를 격화시키는 한미군사연습을 실시한다면 내년 미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국무위 대변인은 "우리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대통령이 자랑할 거리를 안겨주었으나 미국 측은 이에 아무런 상응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우리가 미국 측으로부터 받은 것이란 배신감 하나뿐"이라고 밝혔다.특히 "우리는 그동안 조미(북미)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할 데 대해 공약한 대로 미국이 우려하는 여러 가지 행동들을 중단하고 가능한 신뢰적 조치들을 다 취하였으며 그러한 우리의 노력에 의하여 미국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기의 치적으로 꼽는 성과들이 마련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대변인은 그러나 한미합동군사연습 등 미국의 여전한 '반북행위'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대변인은 '미국의 앞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거나, 향후 미국이 "큰 위협에 직면"해 "실책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이는 지난해 한반도의 정세 변화 속에서 북한이 북미관계 개선과 비핵화 논의를 위해 선제적으로 중단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군사행보가 재현될 수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의를 접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위해 치적으로 내세우는 핵실험이나 ICBM 발사 유예조치가 더는 유지되지 않을 것이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를 보낸 셈이다.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 당국자들을 거칠게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과 각별한 친분을 강조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우호적인 발언도 아끼지 않았으나 이번엔 달랐다.또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지난 4월 김정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융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한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거론한 '연말 시한'을 다시 강조했다.아울러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와야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체제안전보장 조치, 특히 한미군사연습 중단을 최우선으로 취하라고 요구했다.그러나 미국이 좀처럼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은 데다 '시한부 연말'을 앞두고 북한이 극도로 반발하는 한미군사연습까지 강행하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공개적으로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보인다.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이날 연말 시한을 강조하면서 지난달 2일 스톡홀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예비회담 당일 북한이 강행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시험발사에 대해 "또 하나의 핵전쟁 억제력을 과시해 대화와 대결의 양자택일에서 미국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강조했다.조선신보는 최근 세 차례 시험발사한 새 초대형방사포 역시 주한미군을 사정권 안에 두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위협하기도 했다.특히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이번 입장 표명이 그동안 나온 외무성이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같은 대외 및 대남 기구 명의가 아니라 김정은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무위원회 명의로 발표됐다는 점이다.김정은 집권 이후 2016년 헌법상 북한의 최고 통치기구가 된 국무위원회는 올해 이례적으로 두차례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그 권한이 대폭 강화됐고 명실상부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 기구로 자리매김했다.더욱이 김정은 집권 이후 국무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대외적인 입장이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그대로 반영한 것임을 시사했다.이에 따라 이번 국무위 대변인 담화는 단순히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엄포'가 아니라 북한이 시한부라고 통보한 연말이 지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북한의 도발적 군사행보가 실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