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적용한 11개 혐의 중 최소 네 가지 이상에서 공범 관계로 지목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아직 추가 수사가 필요한 사모펀드, 사학재단(웅동학원) 의혹과 관련해 정 교수의 혐의사실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교수에게 적용된 혐의 중 조 전 장관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혐의는 최소 4개다.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증거은닉 교사 △증거위조 교사 등이다. 검찰이 작성한 정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서엔 그의 자녀들이 받았다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가 허위공문서로 기재됐다. 조 전 장관은 증명서가 발급될 당시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며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활동했다. 검찰은 서울대 인턴증명서가 허위로 발급되는 과정에 조 전 장관이 관여했으며, 이에 따라 정 교수에게 적용된 허위작성공문서 행사와 위계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조 전 장관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조 전 장관은 정 교수의 증거은닉 교사와 증거위조 교사 혐의에도 연루돼 있다. 정 교수가 동양대와 자택에 있는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조 전 장관이 이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검찰은 하드디스크 교체를 도운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모씨로부터 “(조 전 장관이) 아내를 도와줘 고맙다고 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의 혐의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한 시기에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만큼 직접투자를 금지한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혐의를 두고 조 전 장관을 수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업무상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 정 교수에게 적용된 네 가지 사모펀드 관련 혐의에도 조 전 장관이 개입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조만간 구속영장 재청구를 앞두고 있는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씨의 신병처리 방향에 따라 조 전 장관 부부의 혐의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각각 조씨가 웅동학원의 허위소송과 채용비리 의혹을 저질렀을 때 웅동학원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 교수의 횡령 액수도 늘어날 전망이다.검찰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 씨가 지난해 8월 투자처인 더블유에프엠에서 빼돌린 13억원 중 10억원이 정 교수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했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엔 이 같은 혐의사실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검찰은 정 교수를 기소하기 전까지 추가 조사를 통해 언제든 새로운 범죄혐의를 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이주현/이인혁 기자 deep@hankyung.com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과 공방을 벌였다. 지난 8월 27일 조 전 장관 일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57일 만에 구속 여부를 판가름하는 법원에 출석했다.검찰은 정 교수를 일곱 차례 소환하면서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했지만 법원은 별도의 조치가 없어 이날 정 교수의 모습이 공개됐다. 밤 늦도록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자녀 입시와 사모펀드 투자 등과 관련한 의혹이 논의됐으며 뇌종양과 뇌경색을 앓고 있다고 주장한 정 교수가 구금 생활을 할 수 있는 건강상태인지 따지는 것도 주요 쟁점이 됐다.정경심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송경호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 정 교수의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구속 필요성을 심리했다. 정 교수는 오전 10시10분께 서울중앙지법 1층에 도착해 수사가 시작된 지 57일 만에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 교수는 포토라인 앞에서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법정으로 향했다. 정 교수는 이날 오후 5시50분께 법정을 빠져나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면서 결과를 기다렸다.정 교수 측은 송 부장판사 앞에서 건강문제를 집중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정 교수가 2004년 사고로 두개골 골절상을 입은 이후 두통과 어지럼증을 앓고 있다고 했다. 정 교수 측은 검찰이 증빙자료를 요구하자 컴퓨터단층촬영(CT) 및 자기공명영상(MRI) 자료와 신경외과 진단서 등을 제출했다는 점도 심사 과정에서 강조했다.검찰은 정 교수가 제출한 진단서를 복수의 의료계 관계자에게 보여주고 설명을 들은 결과 구속 수사를 받기에 무리가 없다는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심사에서 이 같은 점을 상세히 설명했다.검찰은 구속 여부를 결정할 때 피의자의 건강이 주요 고려 요소가 아니라는 점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피의자의 건강상태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례가 있지만 매우 예외적이다. 형사소송법의 구속사유는 주거 불명,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 등이다.檢과 정경심의 치열한 수싸움검찰이 정 교수에게 적용한 업무방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 11개 혐의를 두고도 양측은 날을 세웠다. 정 교수 측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부터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선 조 전 장관 5촌 조카인 조범동 씨의 범행에 ‘덧씌워졌을 뿐’이라고 했다.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선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이날 심사가 끝난 직후 “인턴 등을 어느 정도까지 ‘허위 스펙’으로 볼지, 어떤 경우에 형사처벌을 할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우리 사회가 함께 기준을 세워나갈 문제이지, 곧장 구속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양측의 입장차가 크면 법원은 ‘주요 혐의가 소명됐다’기보다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영장을 기각할 수 있다”며 “정 교수 측이 이런 점을 노린 것 같다”고 했다. 검찰도 이를 감안해 정 교수의 여러 혐의 중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해 혐의 입증에 자신있는 내용만 추려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교수에게 1억5000만원 상당의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는데, 일반적으로 법원은 횡령액이 1억원을 넘으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경향이 있다.검찰은 정 교수가 다수의 증거를 없애고 조작한 정황을 강조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씨도 도피자금을 마련해주면서까지 공범을 해외로 도망가게 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있었지만 당시 영장실질심사를 맡았던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미 이뤄졌다”며 구속을 허락하지 않았다.검찰은 이를 감안해 아직 수사할 부분이 남아 있다는 논리를 폈다. 정 교수가 사건 관계자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면서 증거인멸을 시도한 전력 등을 살펴볼 때 아직 증거를 수집할 것이 많은데 앞으로 정 교수가 또 그럴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얘기다.이인혁/남정민 기자 twopeople@hankyung.com
조국 전 법무부 장관(54)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57)가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이 노출됐지만 끝내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공개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교수는 23일 회색 정장을 입고 뿔테 안경을 낀 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검찰 소환을 7차례나 받는 동안 한 번도 언론을 통해 모습이 공개되지 않아 포토라인을 통해 첫 노출이 예고됐었지만 이 과정을 생중계한 대부분의 언론사는 정 교수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 방송했다.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포토라인에 선 피의자의 얼굴을 방송사가 블러 처리해 보도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방송사들이 정 교수의 얼굴을 비공개로 처리한 건 정 교수를 공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전직 대통령 가운데 최초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모습은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공개됐다. 헌정 사상 최초로 범죄 혐의로 구속 수감된 대법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양승태 전 대법관의 영장실질심사 당시 출석 모습도 온전히 공개됐다. 지난 1월 양 전 대법관은 검은 코트에 파란색 넥타이를 맨 상태로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통상적으로 일반인은 공인과 대조적으로 영장실질심사 때 포토라인에 서더라도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경남 진주의 '묻지마 살인 사건' 범인으로 알려진 안인득은 지난 4월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에서 받았다. 당시 안씨는 군청색 점퍼에 마스크를 하고 후드를 눌러쓴 모습으로 나타났다. 얼굴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후 경남지방경찰청이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안씨의 실명,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안씨가 흉기 난동 도중 다쳤던 손을 치료 받기 위해 경남 진주경찰서를 나서는 과정에서 그의 얼굴이 공개됐다.걸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씨를 협박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최종범씨도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당시 최씨는 모자를 눌러쓴 채 법원에 출석했고, 모자로 가려진 부분 외의 그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된 채 보도됐다.일각에서는 정 교수 변호인단이 18인에 달하는 만큼 추후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한 법조계 인사는 "정 교수 측이 사진이 공개될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또는 초상권 침해로 문제제기를 할 소지가 있다"면서도 "이러한 초상권 침해 역시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또한 언론에서 자체적으로 모자이크를 정했다고 했는데 같은 공인으로 볼 수 있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얼굴과 수건으로 가려졌지만 수갑찬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났다"면서 "인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모자이크 처리 하려면 다하던지 아니면 다 밝히는 것이 인권에 합당하다"고 강조했다.배승희 로앤피플 대표변호사는 "특별히 얼굴을 가려야 할 이유도 없는데 너무 알아서 봐준 것 아닌가"라면서 "보는 시청자들도 황당했을 것이다. 방송국과 언론이 정권 눈치를 너무 보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상반된 의견도 있었다.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는 "정 교수가 공인도 아니고 형이 확정된것도 아니므로 비공개로 보도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이 변호사는 국정농단 당시 최순실, 정유라의 얼굴공개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 "최순실은 국정농단의 주범이고 혐의도 확실해서 국민들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가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김가헌 서울시 공익변호사는 "다른 사건과 비교하자면 형평성 문제가 있지만, 원칙적으로 비공개에 찬성한다"면서 "여론재판해서 무죄추정원칙을 훼손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법알못]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피해를 당한 사연을 다양한 독자들과 나누는 코너입니다. 사건의 구체적 사실과 정황 등에 따라 법규정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답변은 일반적인 경우에 대한 변호사 소견으로, 답변과 관련하여 답변 변호사나 사업자의 법률적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갑질이나 각종 범죄 등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고발하고픈 사연이 있다면 jebo@hankyung.com로 보내주세요.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