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조국 사퇴’ 후폭풍으로 비상이 걸렸다. 내년 4월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핵심 지지층 이탈 움직임과 지도부 책임론 거론으로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친문(친문재인) 당원을 중심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퇴진에 실망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데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도부가 ‘조국 사태’를 진작에 해결하지 못했다는 불만도 불거지고 있다. 여당과 청와대는 분위기 쇄신이 절박해지자 ‘총선 물갈이’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움직임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이원욱 수석부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상임위원회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휴대폰 메시지를 보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이원욱 수석부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상임위원회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휴대폰 메시지를 보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들끓는 민주당 게시판

15일 여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지난 14일 조 전 장관 사퇴 후 이날까지 이틀째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친문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가 조 전 장관 사퇴를 주도했다’ ‘청와대가 사퇴 날짜 택일을 종용했다’는 등의 설이 퍼지면서 지도부 사퇴까지 거론됐다.

‘노무현 대통령 등도 이렇게 떠밀었나’라는 제목의 글을 쓴 당원은 “어쩜 열린우리당 때와 한 치의 오차도 없느냐”며 “이번엔 대통령이 아니라 장관이라서 만족하고 감사해야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또 “능력 없는 지도부는 전원 사퇴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중도층이 돌아서기 전에 당원들이 돌아서겠다”는 당원들의 글도 게시됐다.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와 당을 엮어 조 전 장관 사퇴를 종용했다는 프레임은 상당히 악의적”이라며 “청와대와 민주당은 검찰 개혁을 위한 적임자가 바로 조 전 장관이며, 검찰 개혁이라는 소임을 끝까지 맡아달라고 주문해왔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는 반대로 ‘조국 사태’ 장기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조 전 장관을 일찌감치 사퇴시켰어야 하는데 때를 놓치면서 민심이 악화됐다”며 “떠나간 중도층 마음을 돌리려면 지도부에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 ‘조기 등판’ 시나리오도

조 전 장관 사퇴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지자 여권 내에서는 물갈이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 ‘조기 등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총리가 조만간 사퇴와 함께 총선 출마를 선언해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는 22∼24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참석을 위한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친 직후로 구체적인 시기가 제시되기도 한다. 이 총리는 지난 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총리로서 남은 임기를 묻는 야당 의원 질의에 “잘 모르겠지만, 너무 오래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 총리의 사퇴설을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총리가 언제든 나가도 이상하지 않지만 현재까지는 청와대와 민주당에서 사퇴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그러나 이 총리의 조기 등판론 외에 내년 3월 사퇴 후 선거대책위원장 취임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 이날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도 물갈이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의원 생활을 하면서 많이 지쳤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며 “그래서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이 대표를 제외하고 민주당 현역 의원 중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 의원이 처음이다. 1980년대 운동권 세대로 여권의 대표적 전략통으로 꼽히던 이 의원이 불출마하기로 하면서 당내에서 ‘인적 쇄신 도미노’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향후 물갈이 폭이 최대 40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며 “현역 의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