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여론조사 한계
갤럽·한국리서치, 전화면접
리얼미터, 자동응답시스템 방식
응답자 의견 그때그때 달라

정치권, 아전인수격 해석
“레임덕 조짐을 보인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여전히 핵심 지지층은 견고해 보입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본부장은 23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3주차 문 대통령 지지율은 45.2%로, 전주에 비해 2.0%포인트 떨어지긴 했지만 최저치는 면했다. 반면 20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선 문 대통령 지지율이 40.0%로 최저치로 고꾸라졌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선거 당시 득표율(41.1%)보다 아래로 내려갔다.

여론조사가 ‘들쭉날쭉 결과’로 신뢰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같은 안건을 두고도 기관마다 조사 방법이나 표본 구성, 질문 방식 등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같은 기관의 조사 결과도 불과 1주일 새 지지율이 급등락하는 등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정치권도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기 일쑤다.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조국 사태’가 불 댕긴 여론조사 논란

여론조사 신뢰성 논란은 ‘조국 사태’를 계기로 불거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한 찬반 여론이 조사기관마다 첨예하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리얼미터는 지난 4일 조 장관 임명 반대가 51.5%, 찬성이 46.1%로 격차가 오차 범위 안인 5.4%포인트로 좁혀졌다고 발표했다. 닷새 전인 지난달 30일 여론조사에서는 찬성(42.3%)과 반대(54.3%) 격차가 12%포인트에 달했다. 같은 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부적절하다’(57%)는 응답이 ‘적절하다’(27%)를 무려 30%포인트 앞섰다.

지난 2일 조 장관 기자간담회가 찬성 여론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리얼미터 측 분석이었지만, 간담회 바로 다음날인 3일 하루 조사한 결과로 여론이 급반전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 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통상 어떤 사건이 벌어진 뒤 여론이 형성되려면 닷새 이상 걸린다”고 지적했다.
'들쭉날쭉' 여론조사 결과 왜?…조사방법·표본따라 '천차만별'

제각각인 여론조사 방법

여론조사 결과가 기관마다 들쭉날쭉한 것은 조사 방법이나 표본 구성, 질문 방식 등의 차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요 조사기관 중 리얼미터는 주로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을, 한국갤럽과 한국리서치는 전화면접 방식을 사용한다.

기관들은 각자의 방식이 더 신뢰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전화면접 방식은 응답자들이 솔직히 이야기하기 부담스러워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리서치 관계자는 “ARS 방식은 중간에 중단하는 응답자가 많아 특정 정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응답자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고, 성별 연령 등을 거짓 응답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리얼미터 조사는 다른 기관에 비해 표본에서 남성 비율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지난주 조사에서 총 조사 대상 3010명 중 남성이 1951명, 여성이 1059명으로 남성 비율이 64.8%에 달했다. 한국갤럽은 남성 비율이 50.7%, 한국리서치는 51.5%로 절반 수준이었다. 리얼미터는 가중치를 부여해 남녀 비율을 맞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리서치 관계자는 “성별은 가장 기본적인 변수여서 모집단 비율을 최대한 반영해 가중치를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질문 방식도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리얼미터는 지난 5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위법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전교조 합법화 관련 여론조사를 벌여 52.9%가 찬성한다는 결과를 얻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ARS든 전화면접이든 전화 조사 방식 자체가 응답률이 낮고 거짓 응답을 가리기 힘들다는 한계를 지적받고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한국리서치 등 일부 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웹 패널 조사다. 미리 선정된 패널들에게 이메일 등으로 조사하는 방식이다.

정치권, 유리한 결과만 취사 선택

여론조사 결과가 널뛰기를 하면서 정당들도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16일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무당층’이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국민을 도외시한 정쟁을 벌인 결과”로 해석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국민들이 ‘조국 사태’로 문재인 정권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조 장관 임명 후 문 대통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자 애써 무시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양정철 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은 지난 20일 “중요한 것은 순간의 여론조사가 아니라 옳고 그름에 대한 결단력”이라고 밝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만 해도 조 장관 임명과 관련해 “여론조사 결과 ‘임명해도 좋겠다’와 ‘안 된다’는 의견차가 1.5%(포인트)로 좁혀져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으로 바뀌었다”고 강조, 조사결과를 여론이 돌아섰다는 근거로 내세웠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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