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찾아가 ‘조국 법무부 장관 해임을 위해 공조하자’고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 강행에 맞서 ‘반문(反文·반문재인) 연대’라는 아젠다를 띄웠다. 조 장관 파면 추진을 고리로 야권 통합 논의에 불씨가 지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서울 신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의 ‘살리자 대한민국! 문재인 정권 순회 규탄대회’에서 황교안 대표(왼쪽)와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10일 서울 신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의 ‘살리자 대한민국! 문재인 정권 순회 규탄대회’에서 황교안 대표(왼쪽)와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황교안 “조국 파면 국민연대 결성”

황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의 폭주를 막아내려면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 아래 모든 세력이 함께 일어서야 한다”며 ‘조국 파면과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국민연대’ 결성을 제안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조국 임명 폭거’를 통해서 국민과 맞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뜻을 같이하는 야권과 재야, 시민·사회단체, 자유 시민이 힘을 합쳐 대한민국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세력의 힘을 모아 대여 투쟁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겨냥한 보수 대통합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한국당 외 다른 세력과의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제부터 시작이다. 발 빠르게 움직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의 연대 제안은 최근 청문회 정국에서 당 지도부가 ‘조국 사태’ 국면을 효과적으로 이끌지 못했다는 당 내부 일각의 비판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을 막지 못한 만큼 이제부터라도 ‘반(反)조국’ 야권 연대를 주도해 존재감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야권 연대가 꼭 필요한 상황인데 황 대표가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조 장관 퇴진을 명분으로 뭉쳐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손 대표를 찾았다. 황 대표는 “예정돼 있지 않았지만 그냥 왔다”며 손 대표와 4분가량 회동했다. 그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가 조국 아니겠느냐”며 “그 문제에 관해 뜻을 같이하는 정당이 힘을 합치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황 대표의 제안에 “논의해 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합동 장외집회 가능성도 있다. 한국당이 조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릴레이 장외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가운데 손 대표 역시 매주 토요일 촛불 집회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황 대표는 손 대표뿐 아니라 이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도 비공개로 만나 야권 단합 시도에 나섰다.

조 장관 퇴진을 고리로 한 야권 연대 추진이 보수 통합의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국민 저항권으로 이 정권을 끝장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낡은 보수를 깨뜨리고 새로운 보수를 세울 수 있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이나 우리 당이나 이 문제(조 장관 임명 강행)에 대해 생각이 같고, 그렇다면 딱히 협력을 안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1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규탄 현장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 원내대표 오른쪽은 유승민 의원.  /연합뉴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1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규탄 현장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 원내대표 오른쪽은 유승민 의원. /연합뉴스
제1·2 야당, 해임건의안 공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 장관 해임건의안과 조 장관 일가의 의혹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만난 뒤 “국회 안에서 조 장관 임명에 반대했던 세력들을 해임건의안으로 다시 묶어내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의원들 표심을 모아서 해임건의안 제출을 같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당의 원내 지도부는 해임건의안 통과를 위한 ‘표 계산’을 거듭하며 제출 타이밍을 고심 중이다. 오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해임건의안은 준비돼 있고 언제든지 제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제출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우선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해임건의안이 제출되면 72시간 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본회의에서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돼 있는 오는 17~19일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