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발(發) 정계 개편의 방향을 두고 정치권이 뜨거워지고 있다. 평화당 탈당파와 바른미래당 호남계의 연대·통합론이 피어오르면서 설왕설래하고 있다.

평화당에서 집단 탈당한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연대)’는 13일 첫 회의를 열고 제3지대 신당 창당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임시 대표직을 맡은 유성엽 의원은 “명분 없는 탈당이라는 일부 반발이 있지만 그동안 (평화당은)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민주당 2중대’ 소리를 듣는 데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 결과 태극기부대보다 못한 지지를 받았다”며 “이보다 더한 명분이 필요한가”라고 강조했다.

대안정치 소속 의원 10명은 ‘제3지대 신당’ 창당을 내걸고 전날 탈당을 선언했다. 유 대표는 “변화와 개혁에는 항상 우려와 비판이 따르지만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려가야 한다”며 “이미 정계 개편의 거대한 흐름은 시작됐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모두에 들불처럼 번져나갈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의 발언은 정동영 평화당 대표가 대안정치 의원들에 대해 “명분이 없어 민심이 합류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정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탈당에 명분이 있었다면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겠지만, 인터넷의 (탈당 기사 관련) 댓글을 보면 칭찬을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이 민심”이라고 지적했다.

평화당 비당권파 의원들이 탈당으로 정계 개편에 불씨를 피운 만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지형이 어떻게 뒤바뀔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탈당파 의원과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이 손을 잡는 것이다. 호남계로 분류되는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바른미래당이나 평화당 역시 국민의 기대만큼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그동안 제3지대 빅텐트 주장을 해왔는데, 이번에 평화당을 탈당한 분들도 그런 전제를 계산하고 탈당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반면 바른정당계인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평화당 탈당파와의 통합은 혁신도, 변화도 아니고 아무런 감동도 없는, 오히려 더 구태로 보이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안정치가 새로운 리더급 인물을 영입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평화당을 탈당한 박지원 의원은 이날 “제2의 안철수를 찾고 있다”고 언급했다.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 2016년 총선 때 국민의당이 일으켰던 바람을 재연하겠다는 것이다. 당에 남은 중립파 조배숙·황주홍·김광수 의원 3인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