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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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후임에 김조원 한국항공우주(KAI) 사장을 임명했다.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는 정태호 일자리수석에는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을,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후임에는 김거성 전 한국투명성기구 회장을 발탁했다. 세계경제 불안, 일본의 경제보복,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대외 불안요소가 산적한데다 내년 총선에서 필승 의지를 다지고 있는 만큼 ‘멋을 부리는 파격인사’가 아닌 ‘안정’을 택한 인사로 꼽힌다.

김조원 신임 민정수석은 진주고, 영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인디애나대 행정학 석사, 건국대 경영학 박사를 각각 받았다. 이른 나이 행정고시에 합격해 감사원에 발을 들인 그는 감사원 사무총(차관급)까지 역임했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 발탁돼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다. 당시 민정수석을 맡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 밑에서 근무했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당 당무감사원 원장을 맡기도 했다. ‘진문(眞文)’이란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2015년 11월 문 대통령은 김 사장을 당무감사원장에 임명하며 “인품과 함께 감사원 사무총장을 역임하셔서 전문역량을 겸비한 분”이라며 “책임의 당직문화를 정착시킬 적임자”라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경남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당선을 도왔다. 문재인 정부 초기 그의 이력과 다소 거리가 먼 금융감독원장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란 사실이 조명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사석에서 문 대통령을 ‘친구’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산이 공통 취미인 두 사람은 함께 산에 오르며 막걸리 잔을 기울일 만큼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자리수석에 승진 발탁된 황 수석은 서울 경성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비서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등을 거쳤다. 문재인 정부 초 고용노동비서관으로 임명됐던 그는 지난해 12월 일자리기획비서관으로 이동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유일하게 세번째 직함을 받으며 문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거성 수석은 한성고,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 신학 석사, 기독교윤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국가청렴위원회 비상임위원, 국제투명성기구 부회장 등을 지냈다.

문 대통령의 최장수 민정수석 기록(2년 4개월)을 2개월가량 앞두고 청와대를 떠나는 조국 수석은 내달 초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법무부 장관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퇴임의 변을 통해 “존경하는 대통령님을 보좌하였던 일, 격무였지만 영광이었다”며 “대통령님의 비전, 의지, 인내, 결단 등을 가까이서 목도했던 경험은 평생 소중히 간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정수석으로서 ‘촛불명예혁명’의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법과 원칙을 따라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진했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며 “소민정수석의 관례적 모습과 달리, 주권자 국민과 공개적으로 소통하면서 업무를 수행했다”고 평했다. 다만 “업무수행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부분이 있었다”며 “오롯이 저의 비재(非才)와 불민(不敏)함 탓”이라고 덧붙였다. 조 수석은 또 “저를 향해 격렬한 비난과 신랄한 야유를 보내온 일부 야당과 언론에 존중의 의사를 표한다”며 “위공직자로서 기꺼이 감내해야 할 부담이었고, 반추(反芻)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