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의 내홍이 고성과 육탄전을 동반한 ‘막장 싸움’으로 치달았다.

22일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선 당 혁신위원회의 지도부 검증안 상정을 두고 당권파와 비(非)당권파가 정면 충돌했다. 조용술 전 혁신위원은 회의 30분 전 기자회견을 열어 “(비당권파인) 이혜훈 의원이 내게 ‘손학규 대표가 퇴진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고 폭로했다.

손 대표는 이어진 회의에서 “폭로가 사실이라면 중대한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당 대표급 인사가 혁신위원에게 혁신위에 개입하겠다는 말을 직접 했다는 것인데, 공식 절차를 통해 사실 여부를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오신환 원내대표는 손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혁신위원장은 나도 만났다”고 외쳤다. 이기인 혁신위원은 임재훈 사무총장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씀에 책임지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후 참석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말싸움을 벌이면서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손 대표가 회의장 밖으로 나오려고 하자 피켓을 들고 있던 혁신위원들은 “혁신위 안건을 다루라”며 입구를 막아섰다. 권성주 혁신위원은 “대표가 임명한 위원장이 도망갔다. 가려면 나를 치고 가라”며 손 대표를 막았다. 오 원내대표도 “대화라도 하라. 위원장을 새로 선임하든지”라고 거들었다. 손 대표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듣기만 했다. 지난 12일 주대환 혁신위원장의 사퇴 발표 후 남은 혁신위원들은 지도부 재검증 절차를 포함한 혁신위 안건을 최고위에 상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치가 길어지자 임 사무총장은 “길을 막지 말라”며 물러설 것을 요구했다. 손 대표 측이 이를 밀고 나오려는 과정에서 막아섰던 권 혁신위원이 쓰러졌다. 그는 119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