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과의 핵협상을 앞두고 ‘시간 벌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이 돌연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들고나온 것과 관련해 미국의 ‘핵동결 입구론’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18일 설명했다.

연구원은 북한의 새로운 협상팀이 비타협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혁철이 주도한 ‘하노이 협상팀’이 처벌받은 것을 봤기 때문에 위험회피 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실무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초반부터 ‘디테일의 함정’에 봉착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연구원은 북한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공세가 중국과 사전에 조율을 거쳤을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원은 북한이 미국의 핵동결 입구론을 ‘외교적 승리’로 포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추론했다. 최용환 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과거에 미국이 포괄적 합의를 하자고 한 것과 비교하면 입장이 바뀐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자신들이 미국에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으로 포장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북한 정세 중 눈에 띄는 점으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실질적 위상 제고가 꼽혔다. 연구원은 김여정이 “직책과 관계없이 김정은에게 수시로 보고하고 특정 포지션에 연연하지 않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의 광폭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