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에 정개특위 위원장 주지마라" 우회 압박
여야 3당 합의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내놓게 된 심상정 정의당 의원(사진)이 연일 더불어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위원장직을 사수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자유한국당에는 넘기지 않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정의당에 따르면 심 의원은 전날 전국동시당직선거 호남 유세에서 “불신임 직전까지 갔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심상정을 해고한 공적으로 부활했다”며 “나경원을 퇴출하고 심상정을 지키는 것이 개혁의 길인데, 민주당은 나경원을 살리고 심상정을 버렸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3당 원내대표 합의가 이뤄진 28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은 선거제도 개혁이 후퇴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계신다”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까지 지정된 선거제도 개혁을 후퇴시키거나 표류하게 하는 상황이라면 우리 당도 중대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당시 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원내교섭단체 3당은 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기한을 2개월 연장하고 특위 위원장은 의석수 순대로 민주당과 한국당이 하나씩 나눠 갖기로 합의했다.

심 의원의 반발에 민주당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3당 원내대표 합의 과정에서 심 의원과 별도로 얘기를 못 한 것은 사실이나, 그동안 정개특위 위원장을 하면서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 등과 충분한 이야기를 해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제도 개편안 추진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거의 모든 조건에 대해 꾸준히 의견을 나눴고, 심 의원의 위원장 사퇴 건도 언급된 적 있다”며 “심 의원이 너무 강하게 반발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심 의원의 예상치 못한 거센 반발에는 정개특위 위원장을 한국당 몫으로 넘겨줘선 안 된다는 강력한 의지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정개특위 위원장이 한국당 몫으로 넘어가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편이 좌초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달 의원총회를 열고 어느 특위 위원장을 가져올 것인지를 논의할 방침이다. 특위 위원장 선택은 원내 제1당인 민주당에 우선권이 있다. 민주당 내에는 정개특위 위원장을 가져와 선거제 개편 동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과 문재인 정부 개혁의 상징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해 사개특위 위원장을 가져와야 한다는 의견이 양분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