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 치중 우려 불식하며
재계 등과 적극 소통의지 표명
"환경 바뀌면 정책도 변해야"
김상조 "케인스뿐만 아니라…하이에크까지 원서로 읽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사진)은 “공정경제만으로 한국 경제가 필요로 하는 성과를 다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혁신성장이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그가 정책실장에 임명되면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공정경제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환경이 바뀌면 정책도 거기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며 “일관성을 통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필요한 정책을 보완하고 유연성을 갖는 것이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끊임없이 정책을 보완하는 것이 정책실장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도 했다.

재벌 저격수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김 실장은 “경제학자로서의 생각을 가다듬는 데 케인스나 맬서스와 같은 흐름의 경제학자가 미친 영향도 크지만 애덤 스미스, 밀턴 프리드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같은 자유주의 경제학자 원서도 다 읽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자유주의 경제학의 대가인 하이에크 책으로부터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어느 한 방향으로 나 자신을 규정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장에서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연이어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 실장이 주도해온 공정경제에 대해서는 “혁신성장의 기초가 된다”면서도 “(그러나) 공정경제를 먼저 한 뒤 혁신성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이 선순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혁신성장이 뒤로 밀리고 공정경제가 너무 거칠게 나가는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는 내가 지난 2년 동안 어떤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해왔는가를 다시 한 번 돌이켜보면 풀릴 오해”라고 자신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숨은 정책조정자’인 정책실장이 1주일 새 세 차례나 공개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원톱’으로 앞세운 채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상반된 행보이기도 하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홍 부총리가 전면에 나서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경제수장에 대한 답답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경제 위기감이 커지는 만큼 김 실장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인 자리든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 실장도 이날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국회, 재계, 노동계, 시민사회계 등 크게 네 개 부류로 나눠 직접 만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정책 취지나 방향, 내용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게 필요할 수 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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