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9일 “검찰 스스로 개혁할 기회를 계속 놓쳐왔다”며 “검찰의 셀프개혁으로는 안 된다는 게 국민들의 보편적인 생각이다. 검찰이 더 겸허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아 이날 오후 진행된 KBS 특집 대담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법안 반대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달 30일 여야4당은 패스트트랙으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 등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을 처리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도 법률전문집단이고, 수사기구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를 밝힐 수 있다고 본다”며 경찰보다는 검찰이 개혁의 당사자로서 양보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다만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과 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법안이 상임위원회, 본회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것”이라며 “작년 6월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합의한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안에서 더해지거나 추가된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추가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에 대해선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은 검찰로서 우려를 표명할만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는 필요하지만 우리 사법 체계가 그 단계까지 준비가 됐느냐에 대해선 법원쪽 의견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피의자신문조서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와의 문답 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그동안 경찰 조서와 달리 법정에서 증거로 효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임의로 편집하는 등 부작용이 커 증거능력을 제한해야한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검찰은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될 경우 모든 유무죄 여부를 재판 단계에서 다시 다뤄야 하기 때문에 판사의 부담이 늘어나고, 사건 처리가 길어져 국민의 변호사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원로들과의 만남에서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에 대해 ‘선(先) 적폐청산, 후(後) 협치’를 강조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부인했다. 문 대통령은 “그렇게 말한 사실이 없다”며 “경제 사회 일각에서 ‘이제 적폐수사는 그만 끝내고, 협치 통합으로 나아가자’는 말씀들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적폐수사는 이전 정부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이 사실이라면 대단히 심각한 일이고 헌법 파괴적인 일이기 때문에 사실규명을 빨리해서 새롭게 나아가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대해선 “재판과 경제는 나눠져 있다”며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삼성전자와 정부간 협력은 검찰 수사나 법원 재판과는 별개로 이뤄지는 것임을 강조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설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사면을 언급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