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이어 ‘당(黨)’과 ‘정(政)’을 모두 장악한 ‘2인자’가 됐다. 국무위원회에서 김정은의 다음 서열인 제1부위원장 자리와 헌법상 국가원수 격인 국가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동시에 꿰찼다.

12일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에서 최용해가 김영남에 이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자리에 올랐다고 밝혔다. 올해 91세인 김영남은 1998년 9월 상임위원장 직에 올라 대외적으로 국가수반 역할을 해왔다.

최용해는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까지 겸하며 김영남보다 한층 강화된 위상을 보여줬다. 국무위원회는 김정은이 직접 컨트롤하는 핵심 국정기구다. 김영남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맡았지만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권한은 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용해가 당 최고 결정기구인 상무위원회 위원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지만, 상임위원장을 맡은 만큼 당 조직지도부장 자리는 내어줬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당 전원회의에서 부위원장 및 부장으로 승진한 이만건이 후임 조직지도부장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연로한 탓에 외교 무대에서 존재감이 적었던 김영남과 달리 최용해는 앞으로 북한 외교에서 활동 반경을 넓혀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무위원으로서 그동안 북한 외교의 핵심 멤버로 활동해 이수용 당중앙위원회 국제부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이용호 외무상에 더해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대변인’ 역할을 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까지 이번에 국무위원회에 진입하면서 이들을 한꺼번에 지도할 수 있는 위치에 섰다는 평가다.

최용해는 일제강점기 중국 동북항일연군에서 싸운 항일 빨치산 1세대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다. 최현은 김일성 주석을 도운 ‘개국공신’이다. 아버지 후광을 업고 당 활동을 시작한 최용해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정치적 입지가 눈에 띄게 커졌다. 2012년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핵심 요직을 한꺼번에 차지했다. 2017년 당 전원회의에서는 당 중앙군사위원과 조직지도부장 직 2개를 더 받아 당·정·군을 아우르는 8개의 감투를 쓰기도 했다.

임락근/이미아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