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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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연일 ‘외교 실수’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에는 한·스페인 간 전략대화 공식 행사에 심하게 구겨진 태극기를 배치해 문제가 됐다. 외교부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오전 외교부 청사 17층 양자회의실에서는 조현 외교부 제1차관과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스페인 외교차관 간 첫 한·스페인 전략대화가 열렸다. 2020년 양국 수교 70주년을 앞두고 두 나라의 우호협력관계 증진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문제는 행사장에 세워진 태극기가 심하게 구겨져 있었다는 점이다. 구겨진 태극기는 양 차관이 기념 촬영을 하고 모두 발언을 하는 내내 그대로 노출됐다. 특히 태극기는 구김 없는 스페인 국기 ‘적심기’와 나란히 세워져 더욱 대비됐다.

문제는 외교부의 이같은 실수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부는 지난달 19일 ‘발틱’국가인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를 ‘발칸’ 국가로 잘못 쓴 영문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외교부는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이틀 뒤인 지난달 21일 라트비아 주한 대사관 쪽 항의를 받고 나서야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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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열린 한·말레이시아 정상회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인사말인 ‘슬라맛 소르’라고 잘못 말해 외교결례 논란이 불거지게 만들었다.

외교부는 또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의 체코 방문 당시 공식 영문트위터 계정에 ‘체코’를 26년 전 국가명인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썼다.

비슷한 사태가 반복되면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최근 대책 마련을 지시했지만 아직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강 장관은 지난달 22일 간부회의에서 “외교부 최수장으로서 부끄러움과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이날 사태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관련해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 당국자는 또 “업무·협조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 중”이라며 “책임의식과 전문성의 결여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조치를 취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