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4일(현지시간) “북한이 다른 길을 가지 않도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중국, 러시아 등 15개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을 만나 2차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다.

한 참석자는 “비건 대표가 현재의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북한이 도발하거나 다른 길을 가지 않도록 관여해서 프로세스가 재개되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가 언급한 북한의 ‘다른 길’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포함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강행하려는 상황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비건 대표는 “외교는 넓게 열려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대북제재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기조를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안보리 대북제재를 지속해서 위반하고 있다는 내용의 최근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연례보고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리는 미국 측이 안보리 이사국들에 실질적인 비핵화 때까지 대북제재가 철저히 이행돼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태열 주유엔 대사도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미국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 실무 회의에서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문제에 대해 지켜보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미는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논의를 했다”며 “미측은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비핵화 진전과 함께 계속 협의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개성공단 기업인의 시설점검 방북과 공단 재가동 등 남북 경협사업의 연관성에 의문을 제기했을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기업인의 자산점검 방북은 이번에도 물 건너가게 됐다.

한편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이날 미국 상원 군사위에서 열린 내년도 국방예산 관련 청문회에서 “우리는 비즈니스도, 자선사업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둔국에 분담금 인상을 요청할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이르면 4월 개시될 예정인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