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신경전 수위가 연일 높아지면서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세안 3개국을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은 15일 훈센 캄보디아 총리와의 정상회담 도중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현지 브리핑을 통해 “서울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최 부상이 정확하게 무슨 발언을 했고, 그 발언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각도로 접촉해서 진의를 파악하고 있다”며 “준비가 되는 대로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협상 중단 선언은 곧 지난 15개월간 중단된 북의 핵과 미사일 시험발사 재개를 의미하는 만큼 미·북 간 대결 국면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게 청와대 방침이다. 청와대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필두로 긴급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비공식 라인을 통한 북한과의 물밑 접촉도 시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최 부상의 기자회견 직후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 대변인도 “협상 테이블이 깨질 정도까지는 가지 않는다는 게 언론의 분석 아니냐”며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에 우여곡절이나 어려움과 난관도 있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실제 이번 순방 메시지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한 발언의 비중이 확연히 줄었다. 순방 전만 해도 청와대는 이번 순방의 목표로 신남방정책 내실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정책에 대한 지지 재확인 및 협력 기반 강화’를 제시했다.

하지만 순방 막바지인 15일까지 문 대통령이 내놓은 메시지는 경제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비핵화와 관련된 대북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이날 미 외교 전문매체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2020년 4월 총선이 예정돼 있고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하면 문 대통령은 쉽지 않고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