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자기 당 원내대표를 징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원내 1,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상대 당 원내대표를 동시에 윤리위에 맞제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실제로 징계까지 이어질 거라고 보는 정치권 인사들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 12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빗댄 발언을 하자 양당의 감정싸움이 순식간에 격화됐다. 단순히 논평을 통해 치고받는 수준을 넘어서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를 ‘국회에서의 모욕 등 발언의 금지’ 원칙을 규정한 국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 한국당 역시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를 ‘연설방해’ 등의 이유로 맞제소했다. 여야 수장이 나란히 국회 윤리위 심사를 기다리는 처지가 된 것이다.

윤리특위 구성을 뜯어보면 양당 수장 징계안이 ‘합의’로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 윤리특위 위원장이 일단 한국당 소속인 박명재 의원이다. 박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섭단체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아 윤리위에 회부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홍 원내대표의 징계안도 윤리특위 의원 18명 중 절반인 9명이 민주당 소속인 만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다. 한국당도 박 위원장을 포함해 7명이 윤리특위에 포진해 있다.

윤리특위의 과거 징계 ‘실적’을 봐도 양당 수장의 징계 가능성은 현실성이 없다. 윤리특위가 구성된 1991년 이후 지난 19대 국회까지 의원 징계요구안은 232건이 제출됐다. 이 가운데 146건(63%)은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징계가 이뤄진 사례는 4건에 불과했다. 20대 국회 역시 3년이 지났지만 징계 의지는 ‘솜방망이’ 수준이다. 양당 대표의 맞제소를 제외하고도 현재까지 37건이 접수됐고 그 가운데 5건이 철회, 32건은 계류 중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이 윤리특위를 실질적으로 가동할 의지 없이 정쟁의 장으로만 이용하니 내실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