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美 과도한 요구…北의 섣부른 과신이 '하노이 노딜' 불렀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사진)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해외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꼽힌다. 청와대의 대북 정책 ‘설계자’로 알려져 있는 데다 영변 핵시설을 네 차례 방문한 시그프리트 헤커 박사(스탠퍼드대)와는 20년 넘는 지기다. 헤커 박사가 이끄는 ‘스탠퍼드팀’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다. 문 특보의 시각과 발언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문 특보가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2·28 하노이회담 결렬’의 원인과 전망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유에 대해 “미국의 과도한 요구와 북한의 섣부른 과신 탓”이라고 했다.

북한의 전략과 관련해 문 특보는 “대북 제재의 전면 해제보다는 개성공단 재개 등 현실적인 안을 들고나왔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문 특보는 “북한은 예측 가능한 행태를 보인 데 비해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회담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에 존 볼턴 백악관 보좌관이 갑자기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빅딜’ 카드를 제시하면서 상황을 꼬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비건 대표가 지난 1월 평양에서 실무협상을 할 때 점진적·병행적 비핵화 방식에 관한 메시지를 북한에 줬을 것이고, 북측도 비건 제안에 기초해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안을 가져왔다”는 게 문 특보의 추론이다.

문 특보는 당분간 미·북 간 냉각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북핵 해법을 위해선 계기가 필요한데 남북한 경협 재개도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어떻게 해결되느냐도 중요 변수라고 분석했다. “평화적으로 해결된다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재역을 맡을 수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한반도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 등에 대해선 “협상 지렛대로 사용한다면 상당한 악수(惡手)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